류현진(36)의 한화 복귀는 당분간 없는 일이 되는 것일까.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을 찾는 구단들이 적지 않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의 인기를 설명하면서 당장 한국 복귀는 없다는 것을 재확인 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보라스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리고 있는 단장 회의 자리에서 취재진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고객들을 언급했다. 올해 KBO리그에서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를 노크하는 이정후에 대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 절반 가까이 이정후에 대해 연락을 해왔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말하자면 우리는 요시다 마사타카를 데려왔다. 이정후의 공을 캊히는 기술은 높은 수준에서도 통할 수 있다”라면서 이정후의 계약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보라스의 또 다른 한국인 고객인 류현진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내놓았다. ‘스포츠넷 캐나다’의 벤 니콜슨-스미스 기자는 자신의 SNS 계정에 ‘보라스는 다가올 시즌, 류현진이 한국이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뛸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류현진의 인기가 적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 시켰다.
류현진은 올해 인간승리의 기적을 만들었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14개월 만인 올해 8월, 메이저리그 무대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현지에서는 류현진의 복귀 여부부터 반신반의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미 많은 수술을 받은 전력을 언급하면서 류현진이 더 이상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를지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보란듯이 부활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올해 11경기(52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의 성적으로 후반기 토론토 선발진에 힘을 보탰고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등판은 없었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맺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은 마무리 됐다.
팔꿈치 수술의 복귀 시즌에 건재함을 알렸다. 이제는 메이저리그 베테랑이 된 류현진의 커리어다. 사이영상 투표 포디움에 올랐던 화려한 경력의 투수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토론토 현지에서는 류현진의 토론토 잔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토론토는 올해 류현진을 비롯해 내야수 맷 채프먼, 브랜든 벨트, 위트 메리필드, 투수 조던 힉스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MLB.com의 토론토 담당 기자 키건 매티슨은 ‘FA 선수들과 재결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채프먼은 야수들이 평균 이하로 평가받는 시장에서 누릴 반사이익 있다. 수비력도 뛰어나 큰돈을 벌 것이다. 키어마이어는 올해 활약과 엘리트 수비력으로 다년 계약을 맺을 것이고, 힉스와 메리필드도 다른 팀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과 그 이후 알렉 마노아의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토론토가 선발 로테이션 5번째 자리를 강화하기 위한 옵션을 모색할 때 적어도 류현진 이름을 마음 한구석에 남겨두라’며 류현진과 재계약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토론토 담당 기자 케이틀랜 맥그래스도 ‘지난해 여름 토미 존 수술을 받을 때만 해도 다시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투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마지막 두 달간 공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고 매우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라면서 ‘류현진의 복귀는 올 시즌 토론토의 최고 스토리 라인 중 하나였고, 토론토의 경쟁 시대를 열었던 4년 8000만 달러 계약의 멋진 마침표였다. 선발등판은 11경기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에도 여전히 정확한 커맨드로 타자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호평을 거듭했다.
더 나아가 ‘류현진과 1년 계약을 하면 알렉 마노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선발투수진에 보험을 제공할 수 있다. 류현진은 클럽하우스에서도 인기 있는 선수’라고 강조하면서 류현진의 잔류 가능성을 재차 확인시켰다.
로스 앳킨스 로톤토 단장도 지난달 13일 시즌 결산 기자회견을 통해서 “우리는 채프먼, 벨트, 키어마이어가 그리울 것이다. 내외부에서 그 구멍을 메우기 우해 기회를 볼 것이다”며 이별을 암시했다. 그러나 류현진에 대해서는 “류현진을 제외한 투수 대부분 돌아온다. 마노아도 돌아오고, 류현진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라며 재계약 가능성이 있는 선수로 분류했다.
이렇듯 류현진에 대한 수요는 원 소속팀 토론토를 비롯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라스의 화려한 ‘언플’일 수도 있지만 류현진은 FA 시장에서 나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디애슬레틱’에서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류현진을 FA 랭킹 35위에 올려 놓으면서 1년 8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지난 4년 간 수령했던 연 평균 2000만 달러의 연봉에는 못 미치지만 팔꿈치 수술로 1년 가까이 경력이 단절됐었던 베테랑 투수에게 나름의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 류현진은 1000만 달러를 메이저리그 잔류 기준으로 정해 놓았다. 현재의 가치 평가, 현재의 관심 수준이라면 1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받아내느는것은 어렵지 않은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186경기(185선발·1055⅓이닝) 78승48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로 검증된 선발 자원이다. 건강한 류현진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디애슬레틱’은 ‘올 겨울 FA 선발 투시장은 풍부하다. 에이스급 야마모토 요시노부, 블레이크 스넬, 애런 놀라 등이 있다’라면서 ‘평판이 좋은 베테랑으로 류현진과 마에다 겐타를 들 수 있다. 선발 시장은 풍부하고 다양하다’라며 류현진도 선발 시장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매물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미국의 가치 평가에 속을 앓을 수밖에 없는 한화다. 올해 FA 계약이 끝나면서 류현진의 한화 복귀 가능성인 진해지긴 했다. 올해 4년 만에 탈꼴찌에 성공한 한화는 리빌딩의 성과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노시환은 30홈런 100타점 타자로 자리 잡았고 FA로 영입한 채은성의 활약이 더해졌다. 3년 연속 꼴찌를 하면서 얻은 1순위 지명권으로 문동주와 김서현, 황준서라는 고교 최대어를 3년 연속 손에 넣는 등 리빌딩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동주는 벌써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났다. 여기에 류현진이라는 역대급 베테랑 선발이 합류한다면 리빌딩의 화룡점정이자 가을야구 순위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게 된다.
지난 8월 손혁 단장이 직접 토론토를 찾아 류현진을 만나는 등 물밑에서 한화 복귀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 류현진도 지난달 18일 귀국한 자리에서 “마기막을 한화에서 장식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언젠가는 한화로 복귀한다는 사실을 재확인 했다.
그러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에이전트 역시 10년 넘게 함께한 자신의 고객에게 다시 한 번 기대 이상의 메이저리그 계약을 안겨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화는 다시 류현진의 선택지에서 밀려나는 모양새가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