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승선한 롯데 자이언츠 필승 카드 최준용(22)이 방망이를 잡았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20년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은 최준용은 1군 통산 190경기에서 9승 11패 15세이브 48홀드(평균자책점 3.50)를 거뒀다. 2021년 20홀드를 거두며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고 올 시즌에도 14홀드를 따냈다. 하지만 잦은 부상 탓에 마무리 캠프부터 타자 변신을 시도 중이다.
최준용은 지난 7일 류중일 감독과 이진영 QC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타격 훈련에 나섰다. 류중일 감독은 “타격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한 번 쳐보라고 했다. 스윙 궤도가 좋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이진영 QC 코치는 “투수를 한 거 치고는 상당히 잘 친다. 하재훈 선수보다 더 유연한 느낌이 있다”고 칭찬했다.
타격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최준용은 “국가대표 타자들이 보고 있으니 너무 긴장했다.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씩 웃었다.
그는 “치는 걸 워낙 좋아한다. 수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투수 수비 훈련(PFP)할 때 제게 타구가 오면 재미있다. (투타를 병행한다는 게) 힘들긴 하지만 즐거운 걸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타자를 하게 된다면 노력 많이 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차근차근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용이 타자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부상 없이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좋아하는 야구를 마음껏 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셈.
“자주 아프고 재활하다 보니 심적으로 지치게 되더라. 원래 아프면 더 열심히 해서 (1군에) 올라가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해마다 한 두 번씩 재활하고 올해만 세 번 재활했다. 아무래도 부상이 가장 큰 거 같다. 투수를 너무 하고 싶지만 좋아하는 야구를 아프면서 하니까 안 아플 수 있게끔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최준용의 말이다.
최준용의 타자 롤모델은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외야수), 손아섭(NC 다이노스 외야수),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외야수)다. 그는 “아쿠나 주니어처럼 잘 치고 잘 잡고 잘 뛰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또 아섭 선배님처럼 해마다 부상 없이 3할 타율을 유지하며 한 팀의 주축 선수가 되고 싶다. 준우 선배님의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타자 변신을 앞두고 전준우와 손아섭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선배들은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준우 선배님께서 ‘가장 좋은 건 투수를 계속하는 거지만 야수를 하게 된다면 노력 많이 해야 한다’고 하셨다. 아섭 선배님께 제 타격 동영상을 보내드리고 피드백을 받아왔다. 올 겨울 함께 훈련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 배팅 장갑 20켤레를 주시며 ‘타자를 하게 된다면 용품 걱정은 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하라’고 격려해주셨다. (유)강남 선배님도 ‘야수를 한다면 다 해줄게. 그러기 전에 투수를 해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최준용은 투타 겸업보다 타자 전향에 무게를 뒀다. “겸업이 아닌 전향을 하고 싶긴 한데 구단의 계획도 있지 않을까. 야수는 꼭 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면 투타 모두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원래대로 투수만 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안 아프고 야구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최준용에게 ‘150km 안팎의 빠른 공을 포기하고 타자로 변신하는 게 아깝지 않냐’고 묻자 “안 아팠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투수는 매일 어깨를 써야 하는데 아프면 못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인터뷰 내내 최준용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해 보였다. ‘타자 이야기에 행복해 보인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는 “보시는 것과 같다”고 환히 웃으며 “통증 안 느끼고 할 수 있어 가장 행복하다. 안 아프고 행복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