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박동원 주전 발탁한 염갈량, KS 절체절명 위기에서 한 방에 보답받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1.09 11: 40

10년 전 넥센(현 키움)에서 사령탑으로 첫발을 뗐던 염경엽(55) LG 감독은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스프링캠프 시작 전부터 주전과 백업, 선발과 구원 보직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대개 캠프에선 무한 경쟁 체제를 구축하기 마련인데 염 감독은 달랐다. 시즌 준비에 맞춰 선수 각자에게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이 새로운 주전 포수로 내세운 선수가 박동원(33)이었다. 1군에선 2010년 7경기 뛴 것이 전부로 상무에서 갓 전역한 신예였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바로 주전으로 발탁한 것은 파격이었다. 염 감독은 “포수로서 가능성과 비전을 봤다. 방망이도 좋다. 성실하고 적극적인 멘탈을 지녔다”고 박동원에게 기대했다. 
염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2013년 성장통을 겪은 박동원이지만 2014년 시즌 중반부터 잠재력티 터지며 주전 포수로 자리잡았다. 염 감독은 2016년을 끝으로 넥센을 떠났지만 박동원은 계속 경험을 쌓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4월 KIA로 트레이드된 뒤 풀타임 주전 포수로서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LG와 4년 65억원에 계약하며 FA 대박도 쳤다.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1사 2루에서 LG 박동원이 역전 투런포를 날리고 염경엽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2023.11.08 /jpnews@osen.co.kr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1사 2루에서 LG 박동원이 좌중월 투런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염경엽 감독과 환호하고 있다. 2023.11.08 /sunday@osen.co.kr

박동원이 오기 전 LG는 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2013년 넥센에서 처음 감독과 선수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10년이 흘러 LG에서 나란히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염 감독과 박동원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 없었고, 공통된 목표를 갖고 LG에서 다시 의기투합했다. 
지난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박동원은 “10년 전은 내가 여러모로 부족했고, 감독님한테 혼도 많이 났다. 그때는 너무 어렸고, 잘 모르는 게 많다 보니 욕먹을 짓도 했다”고 돌아보며 “감독님과 7년 만에 다시 같이 하는데 아쉽다. 감독님이 연습 때 중요한 포인트들을 말씀해주셨다.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지만 감독님이 해주신 말씀을 조금 더 빨리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생각이 같아야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2015년 넥센 시절 염경엽 감독과 박동원. /OSEN DB
8일 잠실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2차전 경기가 열렸다. LG 트윈스 박동원이 5-4로 역전승 한 후 염경엽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11.08 / foto0307@osen.co.kr
박동원은 올 시즌 130경기 타율 2할4푼9리(409타수 102안타) 20홈런 75타점 OPS .777로 활약하며 LG의 정규시즌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시즌 후반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지만 6월 중순까지 홈런 1위를 달릴 정도로 장타력을 뽐냈다. 수비에서도 LG의 팀 평균자책점 1위(3.67)를 이끌며 안방을 지켰다. 염 감독은 “블로킹은 우리나라 포수 중 최고”라며 박동원의 수비력을 치켜세웠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박동원이 결정적인 순간 빛났다. 지난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LG가 3-4로 뒤진 8회 1사 2루에서 이번 포스트시즌 5경기 6이닝 무실점 중이던 KT 철벽 불펜 박영현의 초구를 공략했다. 한가운데 몰린 124km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 밖으로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타구. 시속 166km로 122.3m를 날아가 다. 5-4 LG의 역전승을 이끈 결승 홈런으로 잠실구장을 일순간에 뒤집어 놓았다. 1루로 향하며 배트를 높이 들고 내던진 박동원은 홈에 들어온 뒤 덕아웃에서 양팔 번쩍 들고 환영하는 염 감독을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1사 2루에서 LG 박동원이 역전 투런포를 날리고 염경엽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2023.11.08 /jpnews@osen.co.kr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1사 2루에서 LG 박동원이 역전 투런포를 날리고 염경엽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2023.11.08 /jpnews@osen.co.kr
LG가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 기쁨을 누렸다. KT에 반격에 성공했다. LG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KT와 2차전에서 5-4로 승리했다. 전발 패배를 만회하며 시리즈 성적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LG가 만약 2연패를 당했더라면 KT에 우승 확률 90%를 넘겨줄 뻔 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LG는 정확하게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기록했다. LG는 2002년 11월 8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에 8-7로 승리한 이후 21년이 지난 후 KT 상대로 승리를 맛 봤다. 7670일 만에 승리다.   8회말 1사 2루에서 LG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에 환호하고 있다. 2023.11.08 /jpnews@osen.co.kr
1차전을 패한 데 이어 2차전도 어려운 경기가 되면서 염 감독에겐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역대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내준 팀의 우승 확률은 10%(2/20)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제자’ 박동원의 한 방이 염 감독과 LG를 구해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염 감독은 “가장 중요한 순간 (박)동원이가 역전 홈런을 쳤다.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시리즈에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경기가 됐다”며 “팬분들이 외치는 것처럼 덕아웃에서도 선수들이 ‘박동원, 박동원’ 하고 똑같이 외쳐줬다. 지금 우리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열망과 절실함이 있다. 그런 절실함이 있어 승리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박동원은 홈런 상황에 대해 “타석에 들어가면서 3루수를 쳐다봤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기습 번트를 댈까 고민했는데 치길 잘했다”며 웃은 뒤 “상대 투수(박영현) 구위가 좋아서 늦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스윙이 잘 나왔다. 홈런 후 기분이 너무 짜릿했다. (덕아웃에서 선수들에게) 많이 맞았고,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소리도 많이 지르고 하다 보니 눈물이 살짝 고인 것 같다”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8일 잠실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2차전 경기가 열렸다. LG 트윈스 박동원이 8회말 1사 2루 좌중월 역전 2점 홈런을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11.08 / foto0307@osen.co.kr
경기 종료 후 LG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11.08 /sunday@osen.co.kr
8일 잠실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2차전 경기가 열렸다. LG 트윈스 박동원이 한국시리즈 2차전 데일리 MVP를 수상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08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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