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71)가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KBO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 세일즈를 시작했다. 지난겨울 5년 90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이끌어낸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 레드삭스)를 언급한 게 눈길을 끈다.
보라스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 단장 미팅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블레이크 스넬, 코디 벨린저 등 올겨울 대형 FA 선수들과 후안 소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 등 내년 특급 FA들까지 고객으로 거느리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답게 언론 관심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앞둔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이정후는 지난 1월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
미국 뉴욕 매체 ‘SNY’에 따르면 보라스는 “리그의 절반 가까운 팀들이 이미 이정후에 대해 연락을 해왔다”고 시장의 높은 관심을 전한 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요시다를 데려왔다. 이정후의 공을 맞히는 기술은 높은 수준에서도 통할 수 있다”며 요시다를 예로 들어 이정후의 성공을 자신했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타자로 군림한 좌타 외야수 요시다는 지난해 12월 보스턴과 5년 9000만 달러 FA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왔다.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 규모로 아시아 타자로는 역대 최고 대우로 빅리그에 입성했다.
오버페이 논란도 있었지만 요시다는 올 시즌 140경기 타율 2할8푼9리(537타수 155안타) 15홈런 72타점 출루율 .338 장타율 .445 OPS .783으로 첫 해치곤 준수한 성적을 냈다. 요시다의 활약이 같은 좌타 외야수 이정후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
요시다가 타격에 특화된 선수라면 이정후는 공수주를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보라스도 “이정후는 수비를 할 수 있고, 파워도 있다. 중견수 프리미엄이 있다”며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K-팝을 가져올 것이다”는 참신한 표현을 썼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물꼬를 튼 K-팝 열풍은 BTS가 화려하게 꽃피우며 방점을 찍었다.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K-팝처럼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한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보라스식 표현이었다.
화려한 언변과 탁월한 협상 능력으로 선수 친화적인 계약을 이끌어내는 보라스는 구단들에게 ‘악마의 에이전트’로 통한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과도 인연이 오래 됐다. 2001년 12월 투수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5년 6500만 달러), 2013년 12월 외야수 추신수(텍사스, 7년 1억3000만 달러), 2019년 12월 투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4년 8000만 달러)의 대형 FA 계약을 성사시켰다. 앞서 포스팅을 거친 류현진이 2012년 12월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에 계약하며 KBO리거 최초로 빅리그에 직행할 때도 보라스가 진두지휘했다.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이 시작되면서 FA 시장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는데 이정후에 대한 평가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일 미국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가 내놓은 FA 랭킹에서 15위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는 5년 5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됐다.
MLBTR은 이정후의 중견수 수비력과 장타력을 불안 요소로 지적하며 ‘1년 전 요시다가 일본프로야구에서 건너올 때도 일부 구단은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요시다에게 5년 9000만 달러를 보장할 만큼 믿음이 있었고, 이는 다른 리그에서 오는 선수들에 대한 구단들의 예측이 다양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선수들 계약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며 이정후의 계약 규모를 두고 섣부른 전망을 경계했다.
9일에도 ‘MLB.com’은 58명의 필진 투표를 통해 이정후의 유력 행선지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꼽으며 ‘베테랑 감독 밥 멜빈을 새 사령탑으로 맞이하며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고 있다. 투표자들은 KBO에서 7시즌 통산 타율 .340 출루율 .407 장타율 .491을 기록한 25세 이정후와 계약하면서 그 과정을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올 시즌 OPS .800을 넘은 선수는 윌머 플로레스(.863)가 유일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유일하게 20홈런(23개) 이상 기록한 선수이기도 하다’며 타선 보강이 절실한 샌프란시스코 팀 사정상 이정후가 가장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