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맨드는 생각했던 것보다 기대 이상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김태형 신임 감독 취임 이후 마무리캠프를 밀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첫 번째 청백전(7이닝)을 실시했다. 고교시절부터 투타겸업, ‘이도류’로 기대감을 높인 1라운더 신인 전미르(18)는 이날 청팀의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고 마지막 7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는 못했지만 날카로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냈고 마운드에서는 힘으로 압도하는 피칭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아직 고등학생 신분인 전미르는 지난달 15일부터 구단에 합류, 본인이 원하던 투타겸업을 실시하고 있다. 전임 성민규 단장 시절부터 전미르의 투타겸업 시도 기조는 유지되고 있고 김태형 신임 감독 역시 “본인이 느껴봐야 한다”라면서 투타겸업 도전을 지켜보고 있다.
경북고 시절 투수로 최고 151km의 강속구를 뿌리면서 18경기 67⅔이닝 5승1패 평균자책점 1.32, 54탈삼진 15볼넷 8사구의 수준급 기록을 남겼다. 타자로도 27경기 타율 3할4푼6리(81타수 28안타) 3홈런 32타점 22볼넷 13삼진 OPS 1.032의 기록을 남겼다. 투수와 타자 모두 재능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고 그 재능을 뽐냈다.
전미르는 185cm 95kg의 체격조건을 갖췄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우람한 근육질의 몸을 만들었다. 김태형 감독은 “지금 그 나이대에 그정도의 힘을 가진 선수는 드물다. 힘은 지금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다”라면서 타고난 힘은 인정했다.
다만 ‘타자 전미르’는 아직 원석이라는 게 김태형 감독의 평가다. “많이 거칠다. 공을 따라가는 부분들이 거칠다. 본인이 갖고 있는 힘을 공에 전달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한데 타격 할 때 움직임이 크고 전달이 잘 안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마무리훈련이 4번째 턴에 돌입하고 있지만 이 평가는 아직 변함이 없다.
그런데 ‘투수 전미르’를 향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김태형 감독은 투수 쪽으로 평가를 더 후하게 하고 있다. 김 감독은 8일 청백전이 끝나고 “커맨드 능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것 같다.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백전에서 전미르는 10개의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5.8km, 평균 144.2km를 마크했다. 패스트볼 6개 커브 3개 슬라이더 1개를 던졌다.
주형광 투수코치도 현재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우완 투수 중에서도 전미르를 눈여겨 보면서 “워낙 좋은 힘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현재 전미르의 훈련 비중도 투수 70%, 타자 30%로 편성되어 있다. 투수 쪽 훈련량이 더 많다.
사실 전미르의 타고난 체구와 힘은 타자로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김태형 감독 역시 선수단을 살펴보면서 “장타 칠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현재 선수단 구성에 아쉬움을 내비친 바 있다.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전미르의 타고난 힘은 거포 유망주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투수로서의 평가가 현장에서 더 좋다는 것은 전미르의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했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구단도 아직 전미르의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고 전미르 본인도 아직 투타겸업의 욕심이 있다. 이도류 도전 한 달. 전미르는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그는 “늘 하던 것이긴 하지만 늘 새롭다. 감독님께서도 지금은 믿어주시고 ‘계속 해봐라’라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계신다. 믿어주신다는 느낌이 들고 기대에 부응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투수와 타자 모두 현재 타고난 힘을 완벽하게 전달하기 위해 교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미르는 “투수 쪽에서는 그동안 상테의 힘으로만 던졌는데 골반 활용이랑 하체 중심 이동을 많이 연습하고 있다”라며 “타자 쪽에서는 타석에서 움직임이 많다 보니까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폭발력 있는 타구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 있다. 김주찬 코치님께서 잘 알려주고 계신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도 훈련하는 전미르를 지켜보며 한마디 씩을 건넨다. 핀포인트 교정 작업. 그는 “해주시는 한 마디로 인해서 많은 게 바뀔 수 있다. 엄청나게 중요한 포인트를 콕 찝어서 많이 말씀해주신다. 그 하나를 바꿨는데 다른 게 좋아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마무리캠프를 지켜본 뒤 전미르의 진로가 결정될 전망이다. 투타겸업을 계속 이어가든지, 아니면 투수든 타자든 한 쪽에 집중을 시키든지 방향성을 정할 것이다. 전미르는 “한 쪽을 정해주시면 빠르게 수긍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제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고 저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위해서 선택하는 것이니까 빨리 수긍해야 할 것 같다”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선택은 안 됐으니까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