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오타니 쇼헤이와 관련된 얘기들로 가득할 것이 확실하다. 완벽한 투타겸업으로 MVP급 성적을 거둔 오타니의 행선지가 최대 관심사다. 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타니의 행선지를 둘러싼 헤게모니가 올 겨울을 지배할 것이다.
최대어 오타니의 행선지가 결정된 이후, 다른 선수들의 행선지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FA 시장에서 타자, 그 중 외야수 자원은 기근이다. LA 다저스에서 부진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올해 시카고 컵스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MVP 출신 코디 벨린저(28)가 외야수 최대어다. 그 다음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선수가 바로 한국의 이정후다.
이정후는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MLB.com이 선정한 FA 랭킹에서 14위에 올랐다. 이 랭킹의 외야 자원 가운데 벨린저(4위), 호르헤 솔레어(11위)만이 이정후의 앞 순위에 있다. 올해 24홈런을 터뜨린 루르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15위로 이정후보다 낮은 순위다.
그러나 이정후는 순수 외야수로 따지면 벨린저 그 다음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솔레어는 사실상 지명타자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올해 134경기 가운데 외야수로는 32경기(31선발) 241⅔이닝만 소화했다. 지명타자로 102경기에 나섰다. 외야수 ‘알바’ 수준이었다. 1992년생 31세의 나이도 저평가의 이유다.
반면, 이정후는 나이도 솔레어에 비해 어리면서 중견수를 비롯한 외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다. 주력 역시 평균 이상이다. 타격 생산력 면에서 여러모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MLB.com은 ‘발목 수술로 시즌을 일찍 마친 2022년 KBO MVP 이정후는 한국에서 7시즌 통산 슬래시 라인(타율/출루율/장타율)이 .340/.407/.491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MLB.com은 8일에도 매력적인 FA 선수 9명을 소개하며 이정후를 명단에 포함시켰다. 매체는 ‘한국 KBO리그에서 활약한 스타 플레이어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정후의 경우에는 비교적 부드럽게 어느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예상할 수 있다’라며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연착륙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 7월 발목 부상을 당해 8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MVP를 수상한 2022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라며 “컨택 능력이 뛰어난 타자인 이정후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 18세에 KBO리그 평균 나이보다 11살이 어린 나이로 KBO리그에 데뷔했고 통산 슬래시라인 .340/.407/.491을 기록했다’라고 이정후를 높게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경쟁 입찰은 확실시 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 영입전의 최선두에 있는 팀으로 불리고 있다. 꾸준히 이정후를 관찰했고 올해 구단 고위층은 이정후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아울러 피트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의 키움 홈 고별전을 찾기도 했다. 중견수 자리 보강이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목표이기에 최우선은 벨린저, 차선책으로 이정후를 생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인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샌프란시코의 오프시즌 보강 계획에 대해 ‘오타니와 야마모토를 모두 놓쳐도 샌프란시스코가 로스터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많다. 1년 전 영입 대상이었던 벨린저는 2년 연속 중견수를 노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적합한 선수’라며 중견수 차선책으로 이정후를 언급했다.
매체는 ‘올 여름 샌프란시스코 고위 관계자들이 이정후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피트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의 키움 히어로즈에서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야마모토와 이정후를 전면 조사하기 위해 수개월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정후는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 팀 철학에 가장 잘 맞는 수비를 갖춘 중견수다. 올해 볼넷 49개를 기록한 반면 삼진은 23개만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를 오랜 기간 관찰한 스카우트는 “내가 지금까지 본 KBO 선수 중 손과 눈의 조화가 가장 좋다”라며 공을 맞히는 컨택 능력, 공을 보는 선구안이 좋다고 극찬했다.
계속해서 매체는 ‘갭투갭 히터인 이정후는 2022년 홈런 23개를 쳤지만 발목 부상을 당한 올해는 86경기에서 홈런 6개에 그쳤다. 하지만 그의 야구에 익숙한 사람들은 더 많은 파워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장타력도 보여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보스턴 지역의 유력 매체인 ‘매스 라이브’도 ‘MLBTR’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보스턴이 잠재적으로 영입할 수 있는 FA 선수로 조던 몽고메리, 우완 선발 소니 그레이, 좌타 외야수 이정수, 센터라인 내야수 아메드 로사리오를 나열했다’라고 전했다.
보스턴은 지난해 깜짝 입찰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와 5년 9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만 하더라도 컨택 기술은 갖췄지만 파워가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던 요시다에게 오버페이를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요시다는 올해 140경기 타율 2할8푼9리 155안타 15홈런 72타점 OPS .783의 성적으로 연착륙했다. 우려를 말끔하게 씻었다. 요시다는 이정후의 우상이었고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동안 배트를 교환하는 등 우정을 다지기도 했다.
‘MLBTR’은 요시다의 사례를 들면서 ‘‘한 평가자는 이정후가 방망이에 대한 부담으로 중견수 자리에 고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순수 컨택 기술은 뛰어나지만 코너 외야에서 매일 뛰는 데 필요한 파워를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물론 1년 전 요시다가 일본프로야구에서 건너올 때도 일부 구단은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요시다에게 5년 9000만 달러를 보장할 만큼 믿음이 있었고, 이는 다른 리그에서 오는 선수들에 대한 구단들의 예측이 다양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선수들 계약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쟁이 붙고, 또 다른 확신이 있다면 계약 규모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계약 규모는 곧 기회의 증표이자 구단이 인내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정후에게도 마찬가지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할 당시 4년 보장 2800만 달러, 700만 달러의 적지 않은 평균 연봉을 받았다. 김하성은 연봉에 비례해서 기회를 받았고 구단도 기다려줬다. 결국 올해 3년차 시즌에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될 만큼 성장했다.
이정후도 마찬가지다. 스몰 마켓, 빅 마켓 구단 가리지 않고 이정후 영입 경쟁에 참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쟁 입찰이 붙는다면 요시다의 계약 규모를 넘어서는 초대형 계약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1억 달러 규모의 ‘잭팟’은 곧 레드카펫이 깔리는 것과 다름 없을 것이다. 한편, 이정후의 포스팅 일정은 KBO리그 한국시리즈가 모두 끝난 뒤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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