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장난식으로 그랬다, 우승하려면 1차전 져야 한다고.”
LG 외야수 박해민(33)은 한국시리즈 우승과 준우승을 한 번씩 경험했다. 삼성 소속이었던 지난 2014년 넥센(현 키움)을 꺾고 첫 우승을 맛봤지만 이듬해 2015년에는 두산에 패하며 준우승의 아쉬움도 느꼈다.
박해민이 뛴 2014~2015년 한국시리즈의 공통점은 1차전을 패한 팀이 우승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넥센에 패했지만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역전하며 우승했다. 반면 2015년에는 두산에 1차전을 이긴 뒤 4연패를 당하며 1승4패로 무릎 꿇었다.
박해민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KT와의 2023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지고 우승했다. 2015년에는 1차전을 이겼는데 준우승했다. 제가 그래서 선수들에게 장난 식으로 ‘우승하려면 1차전 져야 한다’고 말했다”며 여유를 보였다.
LG는 전날(7일) 1차전에서 KT에 2-3으로 패했다. 타선이 1회 2점을 낸 뒤 추가점을 빼지 못했고, 9회 마무리 고우석이 2사 1루에서 문상철에게 결승 2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 74.4%(29/39)에 달한다는 점에서 정규시즌 1위팀 LG의 충격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해민은 “(김)민성이형, (허)도환이형, (오)지환이가 분위기를 밝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제 경기는 잊고 다시 잘해야 한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야구가 그런 부분이다”고 2차전 반격을 다짐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패배 후 2차전을 승리한 팀의 우승 확률은 44.4%(8/18)로 올라간다.
비록 1차전을 패했지만 LG의 경기 내용이나 플레이가 크게 나쁘진 않았다. 수비에서 실책 4개가 있었지만 2회 문상철의 번트 실패를 삼중살을 엮어내는 등 내외야에서 호수비들이 나왔다. 타선도 2득점으로 끝났지만 7안타 2볼넷으로 9번 출루하며 계속 기회를 만들었다.
박해민은 “(실전 공백이 있는) 1차전치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선수들 모두 걱정했던 것보다 잘 풀어나갔다. 점수가 안 나서 그렇지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저도 첫 타석부터 안타가 나오고 괜찮았다. (4회 2사 2,3루) 3번째 타석에 찬스가 왔을 때 해결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빨리 잊으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한국시리즈를 무려 21년이나 기다린 LG 팬들에게 1차전 승리를 보답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3루 원정 응원석까지 2만3750석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LG 팬들의 압도적인 열기에 박해민은 “팬분들이 정말 오래 기다리셨구나 싶었다. 1차전을 이기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아직 경기가 남아있다. 29년 만에 우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격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