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이 시작되면서 KBO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를 향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 연일 이정후를 언급하는 가운데 유력 영입 후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지역 언론에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겨울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로 아시아 야수 중 최고 대우로 메이저리그에 건너간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의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미국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8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의 오프시즌을 전망하며 이정후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오타니와 야마모토 모두 최상급 FA 매물로 경쟁이 불가피하고, 타자 최대어 코디 벨린저도 영입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와 계약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기사를 쓴 샌프란시스코 담당 알렉스 파블로비치 기자는 ‘샌프란시스코가 오타니와 야마모토를 모두 놓쳐도 샌프란시스코가 로스터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많다. 1년 전 영입 대상이었던 벨린저는 2년 연속 중견수를 노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적합한 선수’라며 중견수 차선책으로 이정후를 언급했다.
그는 ‘올 여름 샌프란시스코 고위 관계자들이 이정후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피트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의 키움 히어로즈에서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샌프란시스코 프런트 오피스는 야마모토와 이정후를 전면 조사하기 위해 수개월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파블로비치 기자는 ‘이정후는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 팀 철학에 가장 잘 맞는 수비를 갖춘 중견수로 평가된다. 올해 볼넷 49개를 얻으며 삼진은 23개만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를 오랜 기간 관찰한 스카우트는 “내가 지금까지 본 KBO 선수 중 손과 눈의 조화가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공을 맞히는 컨택 능력, 공을 보는 선구안이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계속해서 파블로비치 기자는 ‘갭투갭 히터인 이정후는 2022년 홈런 23개를 쳤지만 발목 부상을 당한 올해는 86경기에서 홈런 6개에 그쳤다. 하지만 그의 야구에 익숙한 사람들은 더 많은 파워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장타력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게이브 캐플러 감독을 해고하고 새로 선임한 밥 멜빈 감독의 존재도 이정후 영입을 기대케 하는 요소로 꼽혔다. 멜빈 감독은 최근 2년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으로 김하성을 주전으로 발탁한 뒤 골드글러버로 키워냈다.
파블로비치 기자는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그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 2시즌 동안 김하성이 보여준 성공은 샌프란시스코가 중견수 후보로 이정후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파르한 자이디 야구운영사장은 지난달 시즌 종료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정후에 대해 많은 작업을 해왔다. 여러 번 한국에도 갔다. 후반기에는 부상으로 많은 시간 결장했지만 건강하게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파블로비치 기자는 ‘이정후는 다른 선수들의 시장 상황에 비해 샌프란시스코 입맛에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지난 오프시즌 보스턴이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와 9000만 달러에 깜짝 계약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입찰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며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 영입을 낙관해선 안 된다고 짚었다.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이정후에 비해 요시다는 최상급 타격 능력치를 인정받아 보스턴과 5년 90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맺었다. 오버페이 논란이 있었지만 보스턴이 과감하게 베팅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대표팀 4번타자로 활약하며 우승에 기여한 요시다는 올해 빅리그 데뷔 첫 시즌을 맞아 140경기 타율 2할8푼9리(537타수 155안타) 15홈런 72타점 출루율 .338 장타율 .445 OPS .783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이정후가 요시다처럼 90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맺기는 쉽지 않지만 경쟁이 붙으면 충분히 큰 계약이 가능하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도 여러 언론에서 예측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이정후를 FA 랭킹 15위로 선정하며 5년 5000만 달러 계약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한 평가자는 이정후가 방망이에 대한 부담으로 중견수 자리에 고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순수 컨택 기술은 뛰어나지만 코너 외야에서 매일 뛰는 데 필요한 파워를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물론 1년 전 요시다가 일본프로야구에서 건너올 때도 일부 구단은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요시다에게 5년 9000만 달러를 보장할 만큼 믿음이 있었고, 이는 다른 리그에서 오는 선수들에 대한 구단들의 예측이 다양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선수들 계약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고 설명했다.
요시다와 이정후가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소속이라는 공통점도 언급됐다. 요시다를 아시아 타자 역대 최고 대우로 메이저리그에 입성시킨 보라스의 영업 능력이라면 이정후의 몸값도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 만든다. 보라스는 지난 2012년 12월에도 한화 이글스에서 포스팅된 한국인 투수 류현진과 LA 다저스의 6년 3600만 달러 계약을 이끌어냈다. 다저스는 당시 한화에 보낸 2573만7737달러33센트 포스팅 금액 포함 총액 6173만7737달러33센트를 류현진에게 투자했다.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KBO리그 선수 중 최고액 계약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