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MVP의 담대함이 한국시리즈에서도 통했다. 손동현(22·KT 위즈)은 지금 이 가을의 최고 영웅이다.
손동현은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LG 트윈스와의 1차전에 구원 등판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22구 완벽투로 감격의 구원승을 챙겼다. 팀의 1차전 3-2 승리를 이끈 값진 호투였다.
손동현은 2-2로 팽팽히 맞선 7회 선발 고영표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정규시즌 1위 LG 타선을 압도했다. 등판과 함께 LG 중심타선을 상대했지만 선두 박해민을 중견수 뜬공, 후속 김현수와 오스틴 딘을 연달아 삼진 처리했고, 여전히 2-2 동점이던 8회 오지환-문보경-박동원 상대로 11구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힘 있는 직구에 커브, 포크볼 등을 적절히 곁들여 2이닝 퍼펙트 투구를 완성했다.
손동현의 호투를 등에 업은 KT는 2-2로 맞선 9회 2사 1루서 문상철이 KT 마무리 고우석 상대로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결승점을 뽑았다. 이어 9회 등판한 박영현이 공 10개로 경기를 끝냈고, 손동현은 한국시리즈 데뷔전에서 감격의 승리투수가 됐다. KT 이강철 감독은 “손동현이 2이닝을 막아주며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라고 칭찬했다.
손동현은 성남고를 나와 2019년 신인드래프트서 KT 2차 3라운드 21순위로 입단했다. 데뷔 시즌 34경기 2승 3패 5홀드 평균자책점 4.75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듬해에도 23경기(평균자책점 5.31)에 출전했지만 올해 정도의 임팩트는 없었다. 주로 패전조, 추격조를 담당하던 손동현은 2020년 플레이오프 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뒤로 하고 2021년 3월 국군체육부대(상무)로 향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작년 9월 전역한 손동현은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박영현, 김재윤과 함께 KT 뒷문 트리오를 구축했다. 손동현의 시즌 기록은 64경기 8승 5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데뷔 4년 만에 필승조, 추격조, 롱릴리프 등 어떤 상황에서도 출격 가능한 ‘애니콜’로 우뚝 섰다. 각종 지표가 모두 커리어 하이를 썼고, 이닝의 경우 불펜투수 기준 전체 5위(73⅔이닝)에 올랐다.
손동현은 지난 여름 취재진에 “2020년은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2021년 우승은 상무에서 봤다. 또 작년에는 9월 말 전역 이후 엔트리에 못 들었다”라며 “룸메이트인 (배)제성이 형에게 가을야구를 하면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형이 ‘원래 평균 구속이 144km였는데 가을야구에 가니 148km가 됐다. 정말 미친다’라는 말을 해줬다. 나 또한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라고 첫 가을야구를 향한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KT의 정규시즌 2위 확정과 함께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승선하며 마침내 데뷔 첫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돌풍의 NC 상대로 전 경기(5경기)에 출전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7이닝 무실점)의 ‘미친 호투’로 팀의 리버스스윕 및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손동현은 이에 힘입어 기자단 투표 71표 중 39표(54.9%)를 획득해 플레이오프 MVP(상금 300만 원)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플레이오프 MVP의 담대함은 더 큰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도 통했다. LG 팬들로 가득 찬 잠실구장에서 또 한 번 강심장을 뽐내며 팀에게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74.4%를 안겼다.
손동현의 이번 포스트시즌 성적은 6경기 9이닝 무실점. 무명의 패전조였던 그가 플레이오프 MVP를 넘어 한국시리즈의 수호신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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