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7669일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노렸으나 무산됐다. 9회 마무리가 결승점을 허용했다.
LG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KT와 1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 했다. 마무리 고우석이 9회 2사 후에 무너진 것이 뼈아팠다.
경기 전 염경엽 LG 감독은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1차전 승리가 시리즈 전체 영향력이 크다며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취점과 1차전 승리 모두 KT에 내줬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은 74.4%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었다. 1982년(1차전 무승부)과 1985년(미개최) 제외하고 39차례 중 1차전 승리 팀이 29번 우승을 차지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LG는 1점 차 패배로 확률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LG는 2002년 11월 8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에 8-7로 승리한 이후 7669일 만에 승리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2만375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한국시리즈 매진은 놀랄 일은 아니지만, LG팬들의 유광점퍼와 노란 응원 수건 물결이 3루 KT 응원석까지 이어졌다. KT 팬들은 3루측 응원단장 주위에만 몰려 있었다. 일방적으로 LG팬들이 많았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대하는 LG팬들은 1차전 패배로 아쉬움을 안고 돌아갔다.
1회 서로 실책으로 위기를 맞이했고 점수를 주고받았다. KT는 1회초 톱타자 김상수가 5구째 켈리의 146km 직구를 때려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무사 1루에서 황재균은 초구 헛스윙, 이때 1루주자 김상수가 2루 도루를 시도했다.
포수 박동원의 2루 송구가 원바운드로 됐고, 신민재의 글러브에 맞고서 외야로 튕겼다. 김상수가 재빨리 일어나서 3루까지 내달려 여유있게 세이프 됐다. 포수 송구 실책으로 무사 3루 찬스.
황재균은 2스트라이크에서 파울 3개를 때린 후 6구째 유격수 앞 느린 땅볼을 때렸다. LG 내야는 정상 수비를 했고, 3루주자가 홈으로 뛰어 득점했다.
LG는 1회말 곧바로 반격했다. 1사 후 박해민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김현수가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뚫는 우전 안타를 때렸고, 발빠른 박해민이 1루에서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1,3루 찬스. 오스틴의 타구는 2루수쪽 땅볼, 2루수 박경수가 정면 타구를 잡지 못하고 앞으로 떨어뜨렸다. 문제는 그 이후 또 생겼다. 박경수가 2루로 글러브 토스를 했는데, 김상수가 맨손으로 잡으려다 떨어뜨렸다. 3루 주자가 득점했고, 주자들은 모두 세이프. 1사 1,2루 찬스가 이어졌다. 병살이 가능한 상황에서 실책으로 1-1 동점이 됐고 위기가 이어졌다. 오지환이 우전 안타를 때려 1사 만루 찬스. 문보경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2-1로 역전시켰다.
KT는 1-2로 뒤진 2회초 찬스에서 '삼중살' 악몽을 겪었다. 선두타자 장성우의 타구를 3루수 문보경이 포구 실책을 했다. 이어 배정대가 좌전 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문상철이 희생 번트를 시도했는데(이후 감독 작전이 아닌 선수 개인 판단으로 밝혀졌다), 타구는 멀리 굴러가지 못하고 포수 바로 앞에 떨어졌다. 포수 박동원이 공을 잡아서 재빨리 3루로 던졌다. 3루 베이스에 커버 들어간 유격수 오지환이 잡아서 포스 아웃, 이어 러닝 스로로 1루로 던져서 타자주자까지 더블 아웃을 성공했다.
이 때 3루가 잠시 비어 있는 것을 본 배정대가 2루를 거쳐 3루로 달렸다. 1루 베이스 커버를 했던 2루수 신민재가 빠르게 3루로 송구했고, 번트 수비를 마치고 3루로 돌아간 3루수 문보경이 잡아서 배정대를 태그했다. 포수-유격수(3루)-2루수(1루)-3루수(3루)로 이어지는 삼중살이 완성됐다.
19년 만에 나온 한국시리즈 역대 2호 삼중살이다. 2004년 10월 29일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현대가 1회초 삼성 양준혁을 상대로 한국시리즈 최초 삼중살을 기록했다.
KT는 1-2로 뒤진 4회초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황재균과 알포드가 연속 볼넷으로 출루했다.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1사 1,2루에서 장성우가 우중간 안타를 때렸다. 2루 주자 황재균이 3루를 돌아 홈을 밟아 2-2 동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1루주자 알포드가 홈에서 태그 아웃됐다. 3루까지 진루한 알포드는 3루 주루코치의 지시로 홈까지 뛰었다. 중계에 나선 유격수 오지환이 홈으로 던진 것이 옆으로 빗나갔는데, 뒤에 백업으로 있던 투수 켈리가 잡았다. 그러자 주루코치가 멈춤 사인을 내면서 알포드가 중간에 멈췄다.
켈리가 포수에게 던진 공이 또 빗나가면서 3루로 돌아가던 알포드는 다시 홈으로 뛰었다. 그러나 타이밍이 늦었다. 포수 박동원이 재빨리 달려가 공을 잡았고, 홈으로 뛰어온 1루수 오스틴에게 던져 알포드를 태그 아웃시켰다. 역전 찬스를 주루사로 놓쳤다.
이후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고, 2-2 동점인 9회초 LG는 마무리 고우석이 올라왔다. 고우석은 첫 타자 박병호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장성우는 좌익수 뜬공 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배정대 상대로 9구째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1루에서 문상철 상대로 6구째 133km 커브를 던졌는데, 문상철이 때린 타구는 좌측 펜스 상단을 맞고 나오는 장타가 됐다. 1루주자 배정대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와 3-2로 역전시켰다.
KT는 9회말 박영현이 마운드에 올라 문성주를 투수 땅볼, 신민재를 2루수 땅볼, 홍창기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양 팀 선발 LG 켈리와 KT 고영표는 승패없이 물러났다. 켈리는 6⅓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고영표는 6이닝 7피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KT는 선발 고영표에 이어 손동현(2이닝 무실점)이 승리 투수가 됐고, 박영현(1이닝 무실점)이 1점 차 세이브를 기록했다. LG는 선발 켈리에 이어 이정용(⅔이닝 무실점), 함덕주(1이닝 무실점), 고우석(1이닝 1실점)이 차례로 등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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