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1차전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변수를 극복하고 1차전의 승리팀으로 우뚝 섰다.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KT와 LG의 대망의 1차전.
이강철 감독은 경기에 앞서 김상수(유격수) 황재균(3루수) 앤서니 알포드(좌익수) 박병호(1루수) 장성우(포수) 배정대(중견수) 문상철(지명타자) 박경수(2루수) 조용호(우익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과 비교해 8번의 배정대가 6번으로 이동했고, 오윤석 대신 캡틴 박경수가 라인업으로 복귀했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를 염두에 둔 라인업이었다. 이 감독은 “선발이 고영표라서 수비를 강화하고자 했다. 땅볼이 많이 나와서 박경수를 먼저 출전시켰다. 상대 좌타자가 많아 2루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배정대의 경우 LG 상대로 가장 잘 친다. 2번도 생각했는데 황재균 또한 컨디션이 올라왔다”라고 설명했다.
KT는 예상을 뒤엎고 정규시즌 1위 LG에 먼저 점수를 뽑았다. 1회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만난 선두 김상수가 중전안타로 물꼬를 튼 뒤 2루 도루와 포수 2루 송구 실책으로 3루에 도달했다. 이어 타석에 있던 황재균이 침착하게 유격수 쪽으로 땅볼을 날리며 3루주자 김상수의 득점을 도왔다.
1점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고영표. 그러나 박해민, 김현수 상대로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1, 3루에 몰렸다. 고영표는 당황하지 않고 후속 오스틴 딘에게 내야땅볼을 유도했지만 수비 강화를 위해 출격한 박경수가 이를 잡지 못하는 실책을 범했다. 땅으로 떨어진 공을 재빠르게 잡아 2루에 송구했지만 유격수 김상수 또한 이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 3루주자 박해민이 홈을 밟았고, 1사 1, 2루 위기가 이어졌다.
고영표는 오지환의 우전안타로 계속된 만루에서 결국 문보경 상대로 역전 희생플라이를 맞았다. 병살타로 이닝을 끝낼 수 있었던 박경수의 수비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공격에서는 2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선두 장성우가 문보경의 3루수 실책, 배정대가 케이시 켈리의 초구 좌전안타로 무사 1, 2루 동점 찬스를 만든 상황. 이어 홈런타자 문상철이 켈리의 초구에 침착하게 번트를 댔지만 야속하게도 타구가 포수 바로 앞에 떨어졌고, 포수 박동원의 3루 송구에 이어 3루 베이스 커버에 나선 유격수 오지환이 1루에 송구하며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가 올라갔다.
그 순간 1루주자였던 배정대가 2루를 거쳐 3루를 노렸는데 1루 베이스 커버에 나섰던 2루수 신민재의 3루 송구에 태그아웃을 당했다. 3루심 박종철이 뒤로 넘어지며 판정이 지연됐지만 곧바로 일어나 아웃을 외쳤고, LG 내야수들은 펄쩍펄쩍 뛰면서 삼중살 플레이를 자축했다. 반면 KT는 무사 1, 2루 찬스를 허무하게 무산시키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는 무려 19년 만에 나온 한국시리즈 역대 2호 삼중살이었다. 지난 2004년 10월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현대 유니콘스가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을 상대로 1회초 한국시리즈 최초 삼중살을 만든 바 있다. KT가 과욕주루로 인해 19년 만에 두 번째 삼중살 희생양이 됐다.
1-2로 뒤진 4회 공격도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에는 켈리의 제구력이 흔들린 틈을 타 선두 황재균과 알포드가 연달아 볼넷을 골라냈다. 이후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난 가운데 장성우가 1타점 동점 적시타를 날렸는데 또 한 번의 황당 주루가 나오며 역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상대의 중계플레이가 어수선했다. 우익수 홍창기의 송구를 잡은 유격수 오지환이 포수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송구하며 공이 포수 뒤쪽으로 빠진 상황. 알포드가 3루에서 홈을 향해 주춤주춤했고, 커버에 나선 투수 켈리의 홈 송구가 다시 빠진 사이 홈 쇄도했지만 아쉽게 태그아웃을 당했다.
KT는 이 모든 악재를 극복하고 천신만고 끝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를 따냈다. 2-2로 맞선 9회였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배정대가 LG 마무리 고우석 상대로 9구 끝 볼넷을 골라냈고, 문상철이 짜릿한 1타점 결승 2루타를 쳤다. 최종 경기 결과는 3-2 KT의 승리.
KT가 정규시즌 1위 LG를 상대로 우승확률 74.4%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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