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스태프를 꾸린지 1년 만에 무려 6명이 이탈했다. 두산 이승엽호의 코치 이적 러시를 어떻게 봐야할까.
두산 베어스는 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정수성 작전코치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두산은 최근 정수성 코치와 재계약 문제를 두고 면담을 진행했고, 상호 합의 하에 동행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두산은 이승엽 신임 감독을 보좌할 코치진 인선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감독이 2017년 현역 은퇴 후 5년 동안 KBO와 장학재단에서 야구 발전에 힘썼지만 지도자 경험 없이 지휘봉을 잡았기에 풍부한 현장 경험을 보유한 코치들 위주로 영입을 제의했다.
그 결과 삼성 감독을 역임한 김한수 코치를 비롯해 고토 고지, 세리자와 유지, 조성환, 박정배, 정수성, 이영수 등 초호화 코치 군단이 구축됐다. 그리고 기존의 정재훈, 김주찬, 고영민 코치도 팀에 남아 이승엽호의 첫 시즌을 함께 이끌어 나가기로 결정했다.
김한수, 이영수, 정수성 코치의 경우 이 감독이 직접 도움을 요청한 코치들이었다. 김한수, 이영수 코치와는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었고, 정수성 코치는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출연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 감독은 취임식 당시 “김한수 코치는 처음 프로에 왔을 때부터 팀 동료였다. 더 나아가 주장이었다.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는 코치, 은퇴할 때는 감독이었다. 선수와 스태프를 모두 경험해본 분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나 또한 김한수 코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언젠가는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기회가 됐다. 경험이 없는 감독 출신으로서 수석코치 역할을 믿는다. 좋은 호흡으로 두산을 더 훌륭한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라며 “고토 코치는 몇 년 전 두산의 코치를 하셨고 올해까지 일본 명문 요미우리에서 코치생활을 하셨다. 두산에서 선수들과 융화가 뛰어났다. 신뢰도 컸다. 구단 요청을 듣고 흔쾌히 동의했다. 조성환 코치는 나와 동년배다. 롯데 시절부터 잘 봤고, 한화 코치 시절도 지켜봤을 때 이 친구라면 함께 좋은 팀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한껏 기대를 드러냈다.
두산은 지난해 창단 첫 9위 수모를 씻고 5위에 오르며 2년 만에 가을야구 복귀에 성공했다. 비록 시즌 막바지 3위 싸움을 하다가 5위로 떨어졌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NC에 9-14 역전패를 당해 가을야구가 종료됐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하며 2년차 시즌 전망을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지도자 첫해를 맞아 본인보다 코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런 이승엽호 또한 타 구단처럼 코칭스태프 해체를 피할 수 없었다. 감독과 선수에 비해 처우가 열악한 코치들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하나둘씩 팀을 떠나게 된 것. 김주찬, 고영민, 유재신 코치가 롯데, 1군 코치를 맡다가 2군으로 강등된 정재훈 코치는 KIA, LG에서 두산으로 온 김우석 코치는 한화로 향하며 두산과의 동행을 마무리 지었다.
여기에 최강야구 인연으로 이승엽 감독이 직접 데려온 정수성 코치마저 구단과 합의 하에 재계약이 불발됐다. 정수성 코치는 올 시즌 두산의 기동력 야구에 앞장서며 작년 7위에 머물던 도루 개수(90개)를 리그 2위(133개)까지 끌어올렸지만 재신임을 얻지 못했다. 다만 정수성 코치는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치는 감독, 선수에 비해 소속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계약 구조가 기본적으로 단년 계약이며, 연봉 5000만 원부터 대우가 시작된다. 억대 연봉이 기본이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선수들의 경우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다. 여기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처지에 퇴직금 또한 없다. 이승엽호의 경우도 대다수의 코치들이 더 나은 대우를 찾아 이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구단 또한 이러한 이유로 매년 코치들의 이적 러시가 일어난다.
이승엽 감독 또한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만나는 사람이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 새 코치의 영입, 보직 개편 등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며 “5위를 하려고 여기 온 건 아니다. 조금 더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해 좋은 코치를 데려와야 하고, 그렇기에 고민이 필요하다. 합도 잘 맞아야 한다.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서 코치를 인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내가 미흡한 점이 있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코치들이 도움을 주고 또 코치들이 부족하면 내가 도움 주는 감독이 되고 싶다”라며 결국 궁합이 중요하다. 우리를 떠난 코치도 있지만 모든 코치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다 반영해서 신중하게 코치진을 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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