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100만 원을 주겠다.”
KT 이강철 감독이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통 큰 우승 공약을 발표했다. LG 염경엽 감독의 1000만 원 우승 공약에 100만 원을 더해 최우수선수에게 지급하겠다는 과감한 공약을 내걸었다.
정규시즌 1위 LG와 플레이오프에서 짜릿한 리버스 스윕을 이뤄낸 2위 KT 모두 7일 한국시리즈에 앞서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LG 염경엽 감독, 주장 오지환, 임찬규는 6경기 만에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각오를 전했고, KT 이강철 감독, 주장 박경수, 박영현은 최종 7차전 끝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우승 열망을 고취시키는 공약 또한 파격적이었다. 일단 가장 유명한 공약은 LG의 롤렉스 시계다.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한국시리즈 MVP는 고(故) 구본무 회장이 "1998년에 앞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받는 LG 선수에게 주겠다"며 직접 구입한 롤렉스 시계를 받게 된다.
하지만 LG는 1994년 우승 이후 작년까지 20년이 넘도록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롤렉스 시계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LG 구단 사무실의 금고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 MVP를 제외하고 그 다음에 잘한 선수에게 사비로 상금 1000만 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 MVP를 제외하고, 그 다음 잘한 선수를 내가 뽑아서 1000만 원 상금을 줄 것이다. 내 개인 돈으로 준다. 이미 현금을 마련해뒀다”라고 약속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도 LG의 우승 공약이 큰 화제가 됐다. 먼저 주장 오지환이 롤렉스 시계를 향한 남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오지환은 “MVP는 다 받고 싶을 텐데 내가 받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내가 받고 싶다. 내가 누구를 줄 권한이 있다고 해도 나한테 주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임찬규는 “사실 이런 생각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게 목표다. 시계를 갖고 싶었는데 (오)지환이 형 주는 걸로 하겠다.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인간 임찬규로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게 꿈이다”라고 재치 있게 화답했다.
LG의 우승 공약은 상대 팀인 KT를 자극시켰다. 이강철 감독은 우승 공약을 묻는 질문에 “나는 1100만 원을 주겠다”라며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를 들은 박경수는 마이크를 잡고 “감사합니다. 잘 쓰겠다”라고 웃으며 감독의 공약에 반색했다.
정규시즌 2위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지난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끝으로 명맥이 끊겨 있다. 2019년 두산 베어스, 2020년 NC 다이노스, 2021년 KT 위즈, 2022년 SSG 랜더스 모두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그 전에 2위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도 2018년 SK 이후 처음이다.
1100만원이라는 상금이 생긴 KT가 5년 만에 2위의 업셋 우승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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