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쏟은 슈퍼 에이스는 미안함에 팬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올 시즌 극강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NC 에릭 페디의 이야기다.
페디는 올 시즌 KBO리그를 평정했다. 레전드 장명부, 최동원, 김시진, 선동열 등을 소환하며 기록을 쏟아냈다.
정규시즌 30경기에 나서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180⅓이닝 40자책점) 209탈삼진을 기록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1위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팀을 4위로 포스트 시즌에 이끌었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광주 KIA전에서 우측 전완부에 강습 타구를 맞으면서 그림자를 드리웠다.
하지만 페디는 페디였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SS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건너뛰며 회복에 전념한 페디는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2개의 삼진을 뺏어내며 3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한 경기 탈삼진 12개는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기록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에서 연승을 거둔 기세에 건강하게 돌아온 페디의 모습에 NC의 한국시리즈행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적지에서 플레이오프 2연승을 거둔 NC는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88.2%를 안고 홈으로 향했지만 2연패를 당하며 수세에 몰렸다.
운명의 5차전.
당초 순서대로라면 페디가 5차전에 나설 차례였지만 전날 예고된 선발투수의 이름에 페디는 없었다.
페디를 향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몸 상태를 에이전트가 관리한다는 소리부터 몸을 사린다는 태업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페디는 개인 커리어에서 이렇게 많은 공을 던진 적이 없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도합 186⅓이닝(정규시즌 180⅓이닝+포스트시즌 6이닝). 지난 시즌 페디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합쳐 131이닝을 던졌다.
경기에 앞서 강인권 감독은 “페디는 1차전 등판하고 어깨가 조금 무겁다는 얘기를 계속했다. 피로도가 아직 완벽하게 회복이 되지 않았다”라면서 “페디 본인도 힘들어하고 있고 등판을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도 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페디의 등판 가능성을 열어뒀다. 불펜에서 대기한다는 것이었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시작한 페디는 5회 선발로 나선 신민혁이 흔들리자 불펜으로 이동했다. 팬들도 페디의 모습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페디는 끝내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봤다.
경기 후 강인권 감독은 "움직여 봤는데 어깨가 무겁다고 표현을 해서 투입이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에 감사 인사를 전한 페디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코칭스태프, 동료선수들과 서로를 위로했다. 라커에서 선수단이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쏟았다는 페디.
리버스 스윕이라는 기적의 승리에 취한 KT 팬들의 함성이 계속될때 페디는 짐을 챙겨 경기장을 나섰다.
팬들을 마주한 페디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벌겋게 상기된 얼굴에 눈물을 흘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태업을 한 선수에게 나올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팬들도 박수를 보내며 슈퍼 에이스를 떠나보냈다.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