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구 출범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첫 고교 동문 사령탑 대결이 펼쳐진다.
이강철 감독(58)이 이끄는 KT 위즈가 지난 5일 2023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투수전을 벌인 끝에 3-2로 승리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먼저 선착한 염경엽(56) 감독의 LG 트윈스와 7일부터 7전4선승제의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LG는 2001년 이후 22년만의 한국시리즈 무대이다. 우승은 1994년 이후 29년만의 세 번째 도전이다. 때문에 한국시리즈는 LG 팬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만큰 우승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다. KT는 지난 2021시즌 창단 첫 우승을 했다. 2년 만에 두 번째로 정상 재도전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양팀의 사령탑이 고교 동문이라는 점이다.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야구명문 광주제일고 선후배이다. 41년 KBO리그 사상 프로야구 첫 동문대결이다. 이강철 감독이 2년 선배이다. 때문에 선수시절부터 40년 동안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
프로 선수로는 엇갈렸다. 이 감독은 10년 연속 10승 투수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최강 해태타이거즈의 간판투수로 활약했다. 1996년 한국시리즈 MVP까지 따내기도 했다. 염감독은 태평양에 입단했으나 선수로는 빛을 내지 못했다. 대신 야구 공부에 천착해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우뚝 섰다.
이강철 감독이 후배 2013년 염감독의 넥센 히어로즈 지휘봉을 잡자 4년동안 수석코치로 보좌한 바 있다. 당시 이감독은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의 투수코치였다. 이 감독이 돌연 넥센으로 떠나자 각별히 아꼈던 선 감독이 크게 낙심했었다. 이유는 "내가 감독이 되면 형님이 도와주십쇼"라는 염감독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2014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함께 했다.
이강철 감독은 두산 베어스에서 다시 2군 감독과 수석코치를 지냈고 2019년 KT 3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동안 쌓은 지도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일구며 명장의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도 꼴찌까지 내려간 팀을 잘 추스려 리그 2위로 마감했고 두 번째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랐다. 투수들을 잘 키워내고 마운드 운영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수들과도 소통능력이 뛰어나다.
염 감독은 해박한 야구이론을 바탕으로 치밀한 경기준비와 운용을 통해 승리를 만들어낸다. 투수들을 흔드는 기동력을 대단히 중시한다. 박병호 등 선수들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고 최고 선수로 키워내는 능력도 갖추었다. 올해 임찬규와 이정용 등 선발투수들이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내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의 첫 대권이자 LG 29년 숙원 해결에 나선다.
두 감독은 창과 방패의 대결로 압축할 수 있다. LG는 팀 평균자책점 1위이면서도 강력한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타선의 밸런스가 뛰어나다. 리그 1위의 팀타율(.279)과 리그 도루 1위(166개)의 기동력이 무섭다. KT는 선발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LG 기동력을 KT 투수들과 포수 장성우가 얼마나 저지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 팀 간 전적은 10승6패로 LG가 앞섰다. 그러나 단기전은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두 절친 동문의 지략대결이 시리즈 내내 흥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