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한 사람에게 봉급을 주어 병력에 복무하게 함. 또는 그렇게 고용한 병사. ‘용병’의 사전적 의미다. (표준국어대사전)
슈퍼에이스 페디가 NC 팬들에게는 용병일까. 외국인 선수일까.
단 1경기, 플레이오프 5차전 결과로 한국시리즈 진출이 정해지는 상황에서 NC는 ‘정규시즌 20승 200탈삼진’ 투수 페디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움직여 봤는데 어깨가 무겁다고 표현을 해서 투입이 어려웠다”고 NC 강인권 감독은 경기 후 페디의 등판 불가 이유를 전했다.
물론 페디는 2023시즌 개인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도합 186⅓이닝(정규시즌 180⅓이닝+포스트시즌 6이닝), 3002구(정규시즌 2904구+포스트시즌 98구). 또한 지난달 16일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광주 KIA전에서 우측 전완부에 강습 타구도 맞았다. 여러모로 피로도가 한계에 도달했을 듯 하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NC 강인권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페디가) 중간에서 대기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페디는 5회 선발 신민혁의 위기에 더그아웃에서 불펜으로 향해 몸을 풀기 시작했다.
페디의 등장만으로 환호가 터져나왔다. ‘슈퍼에이스’ 페디를 향한 NC 팬들의 애정과 기대감이 무르익어갔다. 그러나 딱 불펜과 더그아웃, 거기까지였다.
페디의 정확한 몸 상태와 계약 조건은 NC 구단 내부의 그들만 안다. 페디는 PO 5차전 출장 명단에 포함됐다. 경기 전 공개한 NC 강인권 감독의 라인업 명단에 페디의 이름이 투수조 마지막에 적혀있었다.
그런 페디가 이기면 모든 것을 갖는 ‘승자 독식’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불펜과 더그아웃만 달궜다.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페디는 사실 더 이상 KBO리그에서 보여줄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그의 경험은 리그를 압도할 수준이었다.
정규시즌 30경기 20승6패 평균자책점(180⅓이닝 40자책점) 209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페디는 선동열 이후 37년 만에 21세기 최초, 외국인 선수 최초의 20승 200탈삼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시즌의 활약으로 이미 페디를 향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MLB.com은 올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끈 메릴 켈리(2015~2018년 SK)를 예로 들면서 “KBO리그에서 성장한 켈리는 애리조나의 내셔널리그 우승 주역이 됐다. 페디도 빅리그로 돌아와 선발진에 입성할 것으로 에측이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페디는 정규 시즌에 너무 충실했을까. 포스트 시즌(post season, 시즌 종료 후) 단어 그 자체에 충실한 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된 NC 가을야구 9경기 중 플레이오프 1차전에만 나서며 KBO리그 첫 해를 마쳤다. 물론 6이닝 98구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 완벽투로 승리를 이끌며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용병은 봉급을 받고 복무한다. 봉급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용병이다. 봉급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곳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떠난다.
한국에서 계약을 맺고 뛰는 외국인 선수들을 향해 ‘용병’이라는 표현은 이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도 팀을 위해 헌신하고 팬들에게 감동을 선물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페디를 보며 스포츠계에서 사라져가는 단어 ‘용병’이 슬며시 떠오른 포스트시즌 5차전이다.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