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몸 상태 60%의 투혼이었다. 온전치 않은 허벅지에 힘을 줘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더니 한국시리즈행 티켓이 찾아왔다.
김민혁은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에 대타로 출전해 동점타를 때려내며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팀을 2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끈 천금 적시타였다.
정규시즌 막바지 당한 부상 여파로 인해 교체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었던 김민혁. 운명의 5차전 또한 선발에서 제외된 김민혁은 0-2로 뒤진 5회 1사 1, 3루 찬스에서 오윤석의 대타로 등장했다. 이강철 감독은 1사 후 장성우가 2루타, 문상철이 좌전안타로 동점 찬스를 만들자 컨택이 좋은 김민혁 대타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민혁은 NC 선발 신민혁을 상대로 1B-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볼 2개를 침착하게 지켜보며 승부를 풀카운트로 끌고 갔다. 이후 6구째 체인지업을 제대로 잡아당겨 우측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2타점 동점 2루타로 연결했다. 타구를 워낙 깊숙한 곳으로 날리며 1루주자 문상철까지 2루, 3루를 거쳐 홈에 도달할 수 있었다.
김민혁의 동점타로 분위기를 확 바꾼 KT는 6회 김상수, 황재균의 연속안타와 알포드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만든 뒤 박병호의 병살타 때 김상수가 홈을 밟으며 2-2의 균형을 깼다. 결승 득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김민혁은 경기 후 “초반 우리가 공격적인 부분에서 답답한 경기였다. 감독님, 타격코치님이 오늘 일찍 준비하라는 언질을 해주셨고, 미리 실내에서 타격 연습하고 들어갔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대타 동점타 비결을 전했다.
김민혁은 지난 9월 21일 수원 롯데전에서 수비 도중 큰 부상을 입었다. 5-0으로 리드한 9회초 2사 1루 상황이었다. KT 김영현이 롯데 김민석을 상대로 우측 외야 방면으로 안타성 타구를 맞은 가운데 우익수 김민혁이 이를 멋진 슬라이딩 캐치로 처리하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김민혁은 타구를 잡는 과정에서 왼쪽 허벅지가 그라운드에 강하게 부딪혔다. 허벅지가 잔디에 걸리며 원활한 슬라이딩이 이뤄지지 못했다. 김민혁은 포구 이후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다급한 손짓으로 구단 트레이너를 요청했고, 오른손으로 왼손 허벅지를 부여잡은 채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김민혁은 병원 정밀 검진 결과 왼쪽 허벅지 근육이 두 군데 파열됐다는 비보를 접했다. 회복까지는 최소 4주 소견이 나오며 포스트시즌 출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김민혁은 예상보다 재활이 장기화되며 허벅지 상태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주루, 수비가 불가능한 상태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승선했다.
김민혁은 “다치고 나서 가을야구까지 무조건 몸 상태를 회복할 줄 알고 준비했는데 재검진 결과 조금 상황이 안 좋다고 했다”라며 “방망이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싶어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타격 쪽에 조금 더 집중했다”라고 재활 기간을 되돌아봤다.
김민혁의 현재 정확한 몸 상태는 어떨까. 그는 “뛰는 건 60% 정도다. 타격은 별 이상 없는데 주루플레이, 수비할 때 통증이 아직 남아 있다”라고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음을 밝혔다.
김민혁은 오는 7일부터 열리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승선해 팀의 V2 여정을 함께할 예정이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가 너무 끌려가다보니 그 한 번의 찬스를 지나치면 다시 안 올 거라고 생각했다. 거기가 승부처라고 판단했다”라며 “김민혁의 몸 상태가 안 좋아도 감은 좋다고 판단했다. 플레이오프 엔트리 승선을 두고 고민했는데 컨택이 좋은 타자라 포함시켰고, 오늘 좋은 결과가 나왔다. 너무 잘해줬다. 한국시리즈 때도 그대로 함께 간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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