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야구를 하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NC 다이노스는 제대로 된 총력전도 못 해보고 올 시즌을 마무리 했다. 가을의 질주와 기적은 9경기 만에 마무리 됐다.
NC는 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NC는 플레이오프 2승을 선점하고도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리버스 스윕의 희생앙이 됐다.
정규시즌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가을야구 일정을 시작한 NC. 하지만 20승 200탈삼진의 에이스 에릭 페디의 피로누적 여파로 최강의 카드 1장이 봉인된 채 가을야구 일정을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NC는 승승장구 했다. 매 경기 미친 선수들이 등장했고 투타의 조화가 이뤄지면서 연전연승을 이어갔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경기로 끝냈고 SS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3전 전승으로 돌파해서 KT와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그리고 이제 에이스 페디가 기다리고 있었다. 페디는 동료들이 만든 기회의 무대에 드디어 등판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올해 가을야구에서 처음 선발 등판을 했고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의 대역투를 펼쳤다.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과 함께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이 경기가 페디의 마지막 가을야구 경기가 됐다. 시리즈는 5차전까지 전개됐고 5차전 선발 투수로 페디가 유력했다. 그런데 페디가 아닌 신민혁이 5차전에 선발 등판해야 했다. 누적된 피로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강인권 감독은 "오늘이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 훈련하고 들어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보고를 받고 중간에서 대기시킬 생각이다. 불펜에서 대기를 할 것이고 또 투입 가능한지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구수와 이닝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훈련하고 들어와서 모습을 지켜보고 그때 결정을 할 것이다"라면서 "페디 본인도 힘들어 하고 있고 등판을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도 크다.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지면 모든 게 끝나는 끝장 승부에서 페디를 분명히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선발 신민혁이 2-0으로 앞서던 5회 집중타를 허용하자 덕아웃에 있던 페디는 불펜을 향해 이동했다. 류진욱 김영규의 필승조들이 먼저 몸을 풀고 있었다. 두 선수 이후 등판을 준비하는 듯 했다.
결국 신민혁은 5회 대타 김민혁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2-2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김영규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왔다. 6회에는 류진욱이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를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1점만 실점했지만 2-3으로 끌려가는 양상이 됐다.
그러나 어느 순간 페디는 불펜에서 보이지 않았다. 다시 덕아웃으로 복귀했다. 페디는 불펜으로 이동만 했을 뿐 불펜에서 공을 던진 것은 아니었다. 상대에게 보여주기만 했고 이후의 제스처는 없었다. 경기 후 강인권 감독은 "움직여 봤는데 어깨가 무겁다고 표현을 해서 투입이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페디의 피로가 확실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장면이었다. 결국 NC는 페디라는 20승 에이스 카드를 단 한 번밖에 써보지 못하고 가을야구를 마무리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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