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맏형' 박경수(내야수)는 "사실 올 가을 무대는 뭔가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NC와의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되돌아보며 "박병호를 비롯해 황재균, 김상수 등 팀내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후배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들어갔다. 1,2차전 결과가 안 좋으니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KT는 1,2차전에 '외국인 원투 펀치'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을 내세웠으나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벼랑 끝 위기에 몰린 KT는 3,4차전을 쓸어 담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3차전 선발 고영표는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3-0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고 4차전 들어 타선이 폭발하며 11-2로 상대 마운드를 두들겼다.
박경수는 "3차전 승리 후 4차전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두 번 이기고 한 번만 져도 이겼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3차전 승리 후 상대도 쫓길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영표의 투구를 뒤에서 지켜봤던 박경수는 "역시나 고영표가 스마트하게 잘 던졌다. 고영표가 베스트 컨디션일 때 최고 구속이 141~142km 정도 나오는데 그날 136~137km에 불과했지만 체감 속도는 더 빠르게 느껴졌다. 체인지업과 커브 다 좋았다"고 했다.
1루수 박병호(37)-2루수 박경수(39)-3루수 황재균(36)-유격수 김상수(33)로 이어지는 KT 내야진은 10개 구단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하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고 삼성에서 KT로 이적한 김상수가 내야진의 막내다.
박경수는 김상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성격이 워낙 활발하고 좋은 선수 이전에 굉장히 좋은 사람이다. 우리 팀에 되게 좋은 영향을 준다. 특히 상수 특유의 유머를 너무 좋아한다. 덕아웃과 라커룸에서 한 번씩 던지면 대박이다. 올 시즌 상수한테 너무 고마웠던 한 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KT는 그동안 유한준, 박경수, 황재균, 박병호, 김상수 등 외부 FA 타자를 영입해 성적 향상은 물론 선수단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박경수는 "어떻게 보면 이런 부분이 우리 팀의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베테랑 선수로서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팀 문화를 만들어놓고 나가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승세를 탄 KT가 5차전을 승리로 가져오면 LG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게 된다. 2003년 프로 데뷔 첫해부터 2014년까지 LG에서 뛰었던 그이기에 감회가 새로울 듯.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LG에서 뛰었던) 박병호도 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박병호는 KT 이적 후 정상 등극의 한을 풀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박경수는 "박병호가 가끔 농담 삼아 푸념했던 게 있다. 전반기 성적 안 좋을 때 '경수 형, 우승 반지 낄 수 있게 해준다면서요'라고 하길래 '가만히 있어 봐. 올라갈 거야'라고 했는데 그렇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