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게임 즐기는’ 20살, ‘관중 많아야 잘하는’ 22살…PS ERA 0의 위엄, 영현&동현 기적을 이끈다 [PO]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1.05 10: 01

9이닝 무실점. 평균자책점 0. 
팀이 지든 이기든 경기 후반부에 출격해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한 결과다. 여기에 더 놀라운 건 이를 해낸 투수가 2003년생과 2001년생이라는 것. 20대 초반의 두 투수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한국야구를 이끌 차세대 필승조 요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플레이오프 2패 벼랑 끝에서 3, 4차전을 따내며 최종 5차전 승부를 성사시킨 KT 위즈. 극적인 2승 2패 동률 뒤에는 1차전부터 4차전까지 4경기 연속 불펜에서 투혼을 펼친 박영현(20)과 손동현(22)이 있었다. 스코어, 승패와 관계없이 후반부 승부처에 투입돼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뽐냈다. 

KT 박영현(좌)과 손동현 / OSEN DB

박영현은 KT 플레이오프 직행의 일등공신이다. 작년 KT 1차 지명을 받아 정규시즌 52경기 및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를 경험한 그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위를 앞세워 68경기(75⅓이닝)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했다. 베테랑 노경은(SSG)을 2개 차이로 따돌리고 KBO 최연소 홀드왕을 차지했고, 노경은, 임기영(KIA), 김명신(두산)에 이어 불펜 최다 이닝 4위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영현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해 한국 마운드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포스트 오승환의 탄생을 알렸다. 금메달의 주역으로 우뚝 선 그는 20세의 어린 나이에 병역 특례 혜택을 받으며 스스로 커리어의 꽃길을 열었다. 
31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9회초 KT 박영현이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가고 있다. 2023.10.31 /sunday@osen.co.kr
아시안게임 출전이 독이 됐을까. 박영현은 3주의 플레이오프 준비 기간 동안 구속 저하로 인해 마음고생을 했다. “구속이 갑자기 왜 안 오르는지 모르겠다. 아시안게임에 다녀와서 긴장이 풀어졌는지 정신을 못 차리더라”라고 셀프 비판까지 했지만 그렇다고 구위가 빠르게 회복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박영현은 ‘실전형 투수’였다. 지난달 30일 1차전에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가을 분위기를 익힌 그는 31일 2차전에서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멀티이닝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11월 2일 3차전에서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홀드까지 수확했다. 구속이 정상 궤도에 진입한 가운데 정규시즌과 아시안게임에서 그랬듯 강심장을 앞세워 NC 타선을 무실점 봉쇄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박영현은 긴장감이 생기면 아드레날린이 더 나오는 것 같다. 나도 현역 때 불펜에서 공이 안 가다가도 경기에 들어가면 잘 갔다. 불펜에서 잘 던지다가 관중들이 있으면 멘탈이 흔들리는 선수가 있는데 박영현은 오히려 큰 경기를 즐긴다”라고 호투 요인을 분석했다. 
8회말 수비를 마친 KT 박영현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23.11.02 /jpnews@osen.co.kr
박영현과 함께 손동현 또한 이번 가을야구를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박영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 때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예비역 손동현의 경우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때문에 박영현보다 손동현의 투구가 조금 더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손동현은 성남고를 나와 2019년 신인드래프트서 KT 2차 3라운드 21순위로 입단했다. 데뷔 시즌 34경기 2승 3패 5홀드 평균자책점 4.75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듬해에도 23경기에 출전했지만 올해 정도의 임팩트는 없었다. 손동현은 2020년 플레이오프 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뒤로 하고 2021년 3월 국군체육부대(상무)로 향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2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마운드에 오른 KT 투수 박영현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3.11.02 / dreamer@osen.co.kr
작년 9월 전역한 손동현은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박영현, 김재윤과 함께 KT 뒷문 트리오를 구축했다. 손동현의 시즌 기록은 64경기 8승 5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데뷔 4년 만에 필승조, 추격조, 롱릴리프 등 어떤 상황에서도 출격 가능한 ‘애니콜’로 우뚝 섰다. 각종 지표가 모두 커리어 하이이며, 이닝의 경우 불펜투수 기준 전체 5위(73⅔이닝)에 올랐다. 
생애 첫 가을야구를 맞이한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4경기에 모두 출격했다. 결과는 평균자책점 0. 1차전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시작으로 2차전 2이닝 1탈삼진 무실점, 3차전 1이닝 무실점 홀드, 4차전 1이닝 무실점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영현이 확실한 승부처를 담당하는 투수라면 손동현은 승부처는 기본이고, 경기 양상이 승부처로 향하는 과정에서도 중용을 받았다. 
3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5회초 마운드에 오른 KT 투수 손동현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3.10.30 / dreamer@osen.co.kr
주전 포수 장성우는 이들의 패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느끼는 선수다. 장성우는 “그냥 타고난 것 같다. 중요한 경기, 중요한 상황에서 평소보다 더 좋은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는데 우리 젊은 투수들이 그렇다”라며 “2년 전 한국시리즈 때도 느낀 게 우리 팀은 선발, 중간 모두 시즌 때보다 수직무브먼트와 구속이 올라간다. 큰 경기에서 긴장하지 않고 실력을 더 발휘하는 선수가 많다. 박영현, 손동현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 또한 “손동현은 관중이 많을 때 더 잘 던진다.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서 갈수록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확실하게 쓸 수 있는 투수가 1명 더 생겼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
7회말 수비를 마친 KT 박경수가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박경수는 무사에서 NC 마틴의 2루 땅볼 타구를 몸날려 처리했다. 2023.1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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