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마무리 은퇴→좌완 기근 장기화…‘구대성 향기’ 1차 지명 유망주, 국민타자의 재신임 받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1.05 13: 20

‘왕조 마무리’ 이현승이 은퇴한 뒤 좌완 기근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부임 첫 스프링캠프 때부터 주목한 이병헌(20)에게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두산 이승엽호의 2년차 과제 중 하나는 좌완 불펜 자원 발굴이다. 외국인투수 브랜든 와델,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국가대표팀에 뽑힌 최승용, 작년 2라운드로 입단한 이원재 등 선발진은 걱정이 크게 없지만 불펜은 승부처에 등장한 좌타자를 확실하게 잡을 투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2023시즌의 경우 스윙맨 최승용을 제외하고 사실상 좌완투수 없이 필승조를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이번 플레이오프의 KT처럼 좌완투수 없이 불펜을 운영하는 팀도 있지만 이승엽 감독은 “좌타자인 나 또한 현역 시절 클러치 상황에 까다로운 좌완투수가 나오면 힘들었다. 주자가 있을 때 나오는 강한 좌타자를 막아줄 수 있는 좌투수가 필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 이병헌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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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원래 좌완투수가 부족한 팀은 아니었다. 과거 왕조 시절 KBO리그의 수준급 마무리투수인 함덕주와 이현승을 보유한 팀이었다. 그러나 함덕주가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고, 이현승은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에 이 감독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이병헌, 김호준, 이원재 등 신예 좌완 육성에 남다른 공을 들였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두산 이병헌 / OSEN DB
이천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이 감독이 꼽은 2024시즌 불펜 좌완 후보는 3명.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병헌, 김호준이 후보에 들었고, 2023 두산 7라운드 69순위 지명을 받아 첫해 6경기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한 백승우가 새롭게 포함됐다. 이 감독은 “이병헌은 기복이 심하고, 백승우는 아직 부족하며, 김호준은 제구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들이 성장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경쟁의 선봉에 서있는 투수는 2003년생 이병헌이다. 서울고 특급 좌완으로 불렸던 이병헌은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차 지명을 받았다. 7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에 이어 8월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차례로 받고 재활 중이었지만 최고 151km 강속구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최고 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두산 이병헌 / OSEN DB
이병헌은 기나긴 재활을 거쳐 2022년 9월 3일 마침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나흘 뒤인 7일 창원 NC전에서 감격의 데뷔전을 가졌고, 1군에서 9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60의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수술 여파로 구속이 고교 시절만큼은 안 나왔지만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남기며 2년차 전망을 밝혔다.
이병헌은 이듬해 2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도 큰 주목을 끌었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구대성 선배의 느낌이 난다. 디셉션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 상대하기 싫은 유형의 투수다”라는 극찬을 남겼고, 호주에서 2주 동안 두산 투수들을 지도한 다카하시 히사노리 인스트럭터도 이병헌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시범경기 8경기 3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몸을 푼 이병헌은 힘차게 2년차 시즌을 출발, 36경기 동안 27이닝을 소화하며 5홀드 평균자책점 4.67을 남겼다. 잦은 기복으로 인해 승리조보다는 추격조, 패전조에 주로 편성됐고, 기복을 줄이기 위해 잠실과 이천을 자주 오가야했다. 1군 등록 일수(105일)와 말소 일수(95개)가 거의 비슷했다. 
두산 이병헌 / OSEN DB
이병헌은 팔꿈치 수술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 된 투수다. 2022년 9경기를 거쳐 올해 벤치의 철저한 관리 속에 조심스럽게 첫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벤치에 발전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내년이 진정한 첫 풀타임 시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감독은 “(이병헌은) 올해 헤드샷도 있었고, 잠실에서 최형우 상대로 3점홈런도 맞았다. 1군과 2군도 자주 오갔다. 실패의 기억이 더 많을 것이다”라며 “야구선수는 안 좋았을 때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다. 이병헌이 내년에는 우리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 기대를 걸어본다”라고 선수에게 남다른 책임감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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