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는 LG 선수들 누구에게나 특별한, 꿈에 그리던 경기일 것이다. LG 투수 이정용은 더 특별한 마음이다.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오는 12월에 군대 입대하기 때문이다.
이정용은 올 한 해가 드라마틱 했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정용은 첫 해는 재활로 한 시즌을 보냈다. 2군에서도 한 경기도 등판하지 않았다. 2020년 1군 데뷔전을 치렀고, 줄곧 불펜 투수로 뛰었다. 2021년 15홀드, 2022년 22홀드를 기록하며 불펜 필승조로 활약했다.
올 시즌 37경기에서 7승 2패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했다. 이정용은 6월말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전환했고, 선발 투수로 13경기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다. 염경엽 감독이 시즌 중간에 선발 전환 모험수가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단기전인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정용은 다시 보직이 불펜 투수로 결정됐다. 1~4선발은 켈리, 최원태, 임찬규, 김윤식으로 결정됐다. 이정용이 선발로 못 해서가 아니라, 불펜으로 던지는 것이 투수진 활용도에서 더 낫기 때문이다.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청백전, LG 선수들은 최종 점검을 했다. 이정용은 5회 등판해 주전들을 상대하며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한 피칭을 했다.
첫 타자 오지환을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 이어 문보경은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박동원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1루 대주자로 투입된 최승민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2사 2루에서 문성주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실점없이 마쳤다.
이정용은 경기 후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은 상관없다. 우승이 먼저다"라며 "군 입대가 얼마 남지 않아서 마음이 좀 안 좋다"고 했다. 우승을 하고 군대(상무야구단) 가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랜만에 경기 중간에 나와서 던졌는데 어땠나
그냥 했었으니까 익숙했던 자리라서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냥 마운드에서 좋은 결과를 내려는 생각밖에 없다. 불펜이든 선발이든 상관이 없다.
-선발을 하다가 불펜 투수로 던지면, 짧게 던질 수도 있고 롱릴리프로 던질 수도 있는데. 혼란되진 않을까. 선발과 불펜의 루틴도 다를텐데.
없다. 시작부터 선발을 한 게 아니고 시즌 중간에 선발을 했기 때문에 별로 그렇게 크게 불편한 건 없었던 것 같다. 원래 불펜 투수로 있었을 때처럼 하던 대로 하고, 선발은 선발하던 대로 하면 된다.
-1~2차전은 필승조, 4차전에는 선발에 이어 1+1으로 던질 가능성이 있는데.
모르죠. 야구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역할에) 의미를 둔다기보다는 진짜 마운드 위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 뿐이다.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불펜으로 갈 수도 있겠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어느 정도. 팀 말고도 저만 생각했을 때도 내가 불펜도 해봤기 때문에 내가 장점일 수 있겠다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감독님도 그렇게 봐주셨으니까, 별로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선발로 한 경기 길게 던지는 거랑 불펜으로 3~4경기 나가는 것, 어느 것이 좋을까.
경기 많이 나가는 거는 선수로서 다 나가고 싶어 하는 거니까. 둘 다 상관없다.
-본인이 생각해도 내가 불펜으로 가는 게 팀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생각은 안 했고 그냥 진짜 불펜도 괜찮고 선발도 괜찮고. 보직을 떠나서 계속 말하는 것이지만 마운드에서 진짜 최선 다하는 것 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군대 가기 전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또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안 좋다. 요즘.
-입대가 얼마 남았나.
한 달 남았다. 한 달 조금 남은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잘 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것보다는 팀이 잘 되는 게 첫 번째라서 그것에 맞춰서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
-롤렉스 시계 받고 군대 가면 좋겠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불펜 김영규가 시리즈 MVP를 받았다. 가능성이 없진 않다.
내기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미 누군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다 열심히 하면 누군가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 롤렉스보다는 우승을 먼저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선발을 하면서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제 포크볼을 던지는 중간 투수가 됐다. 조금 다를 것 같은데.
상대 타자들에게 경우의 수가 하나 더 생긴 거니까 어려워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데, 그것보다는 로케이션을 더 신경 써야 되는 거고, 원하는 대로 던지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포크볼이 있다고 해서 더 강해진다기보다는 원래 있었던 것을 던지더라도 로케이션을 더 신경 써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운 기억이 있기에 만회하고 싶은 생각이 클 것 같다. 한국시리즈이기에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부담 보다는 그냥 작년에 좀 임팩트가 있었던 가을야구였기 때문에, 올해는 반대로 임팩트를 주고 싶은 마음은 선수로서 욕심은 있다. 부담은 되지 않는다.
-한국시리즈에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봤는지.
해봐야 알 것 같다. 그렇게 디테일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웃음)
-플레이오프 보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확실히 체력 싸움이라는 것도 있는 것 같고, 두 팀 다 힘들어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야구 하면 항상 누구든 얘기하는데, 미치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 저희 팀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그 마음 뿐이다.
-지금 준비 과정에서 컨디션은 어떤가.
컨디션은 확실히 힘은 있는 것 같다. 원하는 것을 던지는 것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근데 이게 시리즈가 다가오니까 선수들도 다 예민한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나도 똑같은 것 같다.
-오늘은 청백전인데도 팬들이 많이 왔다. 다른 느낌이 들었는지.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나니까 팬들 덕분에 좀 적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런 기회가 있으니까 경기 전에 분위기를 좀 내주셔서.
-확실히 휴식 기간으로 충전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그런 느낌이 투수들은 좀 있는 것 같다. 스피드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내 몸이 피로하지가 않은 것 같아서, 던지면 좋은 구위로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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