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를 떠나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건재를 알린 저스틴 터너(39)가 내년 보장된 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택했다. 내년이면 40세 불혹이 되지만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성적을 낸 터너는 더 좋은 계약을 자신하고 있다.
보스턴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터너가 내년 시즌 선수 옵션 실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터너는 보스턴과 1년 보장 1500만 달러, 2년 최대 2170만 달러에 FA 계약했다.
올해 연봉 830만 달러를 받고, 내년 연봉 1340만 달러 실행 여부를 터너가 가졌다. 선수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67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을 받고 FA가 되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바이아웃 금액으로 내년 보장 연봉의 절반을 챙긴 터너이지만 나머지 670만 달러를 포기한 결정이다. 우리 돈으로 약 88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 이상 계약을 충분히 따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 결정이다. 그만큼 올해 터너 성적이 좋았다. 146경기 타율 2할7푼6리(558타수 154안타) 23홈런 96타점 OPS .800을 기록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 타점 기록을 39세 시즌에 해내며 여전히 녹슬지 않은 방망이로 경쟁력을 보였다.
터너는 다저스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2014~2022년 9년을 뛰며 두 번의 올스타와 MVP 득표로 전성기를 보낸 터너는 팀 내 정신적 지주로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도 보였다. 아내와 함께 설립한 재단을 통해 LA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는 등 그라운드 안팎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28경기 타율 2할7푼8리(468타수 130안타) 13홈런 81타점 OPS .788로 성적이 다소 떨어졌고, 다저스와 동행도 9년으로 끝났다. 크게 부진한 것은 아닌데 다저스는 냉정했다. 터너에 대한 2023년 1600만 달러 팀 옵션을 포기한 뒤 FA 시장에서 그보다 3살 더 젊은 지명타자 J.D. 마르티네스를 1년 1000만 달러에 영입했다. 터너에겐 결별 통보와 다름 없었고, 이튿날 보스턴으로 이적을 최종 결심했다.
터너는 “LA에서 다저스 선수로 살았던 9년은 믿을 수 없는 여정이었다. 그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 FA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저스에서 9년간 이룬 것을 조금도 더럽히고 싶지 않다”며 섭섭한 마음을 억누르고 보스턴으로 향했다.
시범경기 때 상대 투수 공에 얼굴을 맞아 안면 열상으로 16바늘을 꿰매는 아픔이 있었지만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풀시즌을 소화했다. 홈런 23개 중 19개가 3점차 이내 접전에서 터졌다. 동점에서 6개, 1점차에서 8개로 특유의 클러치 히팅이 빛을 발했다. 이제는 3루수가 아니라 지명타자, 1루수로 수비에서 기여도는 낮아졌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와 준비성으로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