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뛰려고 한국에 올 선수 얼마나 될지…" KBO 외국인 먹튀 방지법, 폐지된 육성형 제도가 낫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1.04 18: 30

 KBO는 내년부터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다. 외국인 선수가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장기 부상을 당하면 재활 선수 명단에 올려 복귀할 때까지 교체 횟수를 사용하지 않고 일시 대체 활용할 외국인 선수와 계약, 경기에 바로 투입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다. 
재활 선수 명단에 오른 외국인 선수는 최소 6주가 지나야 리그에 복귀할 수 있고, 복귀할 경우 대체 외국인 선수는 다른 외국인 선수와 교체(등록 횟수 1회 차감)되거나 웨이버로 계약 해지해야 한다. 대체 선수 몸값은 기존 교체 외국인 선수와 동일하게 월 최대 10만 달러로 제한된다. 
KBO리그는 매년 외국인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특정 팀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몸 상태를 체크하고, 검증한다고 해도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대책 없이 끌려다니다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게 된다. “외국인 농사는 복불복 게임”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SSG 에니 로메로가 캠프 연습경기 때 부상으로 교체되고 있다. 2023.03.06 /sunday@osen.co.kr

올해 유독 심했다. 개막전 2⅔이닝 60구 만에 어깨 근육 손상으로 끝난 버치 스미스(전 한화), 캠프 때 어깨를 다친 뒤 국내에서 공 하나 던지지 않고 떠난 에니 로메로(전 SSG)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 계약자들로 외화 낭비였다. 이때부터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한화 버치 스미스가 개막전에서 자진 강파하고 있다. 2023.04.01 / soul1014@osen.co.kr
부상으로 삼성에서 방출된 알버트 수아레즈. 2023.05.30 /rumi@osen.co.kr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는 이른바 ‘먹튀 방지법’으로 부상 회복 기간 원활한 선수 수급 및 리그 전력 불균형 해소에 목적이 있다. 선수에 대한 보류권을 유지하면서 부상 회복시 대체 선수와 저울질하며 구단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크다. 부상 회복이 더디거나 대체 선수가 더 잘한다면 구단은 일시가 아니라 완전 교체를 단행할 수 있다. 
지난 7월 삼성은 효자 외국인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를 부상으로 방출했는데 지금 제도라면 대체 선수를 쓰며 부상 회복을 기다리고, 보류권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없는 것보다 나은 규정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따른다. 
무엇보다 부상 발생시 선수 수급이 얼마나 즉각적으로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한 관계자는 “시즌 중 대체 선수를 바로 데려오기 어렵다. 여러 행정 절차나 입국 후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6주라고 해도 한 달만 뛰고 끝날 수 있다. 시즌 중 한 달을 뛰기 위해 한국에 올 선수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느 정도 수준의 외국인 선수들이 올지도 문제다. 국내 선수들보다 확실한 경쟁력이 없으면 비용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독립리그에서 뛰다 올해 키움에 대체 선수로 온 이안 맥키니. 2023.08.30 /cej@osen.co.kr
키키움 로니 도슨. 2023.07.30 /sunday@osen.co.kr
외국인 시장에서 가장 큰 수급처인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4~6주 단기간 뛰기 위해 한국에 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결국 미국 독립리그, 대만, 멕시코 등에서 선수를 구해야 한다. 지난 7월 총액 8만5000달러에 키움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미국 독립리그 출신 외야수 로니 도슨 같은 성공 케이스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선수를 육성형 외국인으로 미리 준비시켜 부상시 즉시 활용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야구규약 제29조 외국인선수 3항에 따르면 각 구단은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투수와 야수 각 1명씩 최대 30만 달러에 계약할 수 있다. 하지만 10개 구단 어느 팀도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두지 않을 만큼 사문화됐고,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1군 외국인 선수의 부상 또는 부진시 예비 자원으로 활용하는 게 취지였지만 외국인 보유와 1군 등록이 모두 3명으로 제한된 KBO리그에서 현실적이지 않았다. 1군에서 언제 쓸지 모를 선수에게 최대 30만 달러를 써야 하는 비용 부담도 컸다. 통역, 숙소를 비롯해 부대 비용도 발생한다. 
하지만 리그 전체 경기력 향상과 리스크 감수를 위해선 장기적으로 세칙을 보완, 수정한 육성형 외국인 제도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박에 가까운 현행 외국인 제도에서 임시방편에 가까운 일시 대체 선수로 허점을 메우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비용은 들겠지만 1군 등록 숫자는 제한하더라도 보유 제한을 늘려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도 경쟁을 붙이고 대안을 확보해놓는 게 이중삼중 지출을 줄이고,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키움 도슨이 좌전안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07.30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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