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이틀 연속 일격을 당하는 바람에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KT가 적지에서 2승을 챙기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KT는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투타의 완벽 조화 속에 11-2로 이겼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오는 5일 수원KT파크에서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KT는 유격수 김상수-3루수 황재균-좌익수 앤서니 알포드-1루수 박병호-포수 장성우-지명타자 문상철-2루수 오윤석-중견수 배정대-우익수 조용호로 타순을 짰다. ‘맏형’ 박경수는 내전근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박경수가 어제 호수비 여파로 인해 내전근을 불편해한다. 조금 피곤해하는 것 같아서 제외했다. 후반부 대수비 출전은 가능하다”고 전했다. 박경수 대신 오윤석이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다. 올 시즌 82경기에서 타율 2할5푼1리 4홈런 17타점을 거둔 오윤석은 NC 선발 송명기를 상대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오윤석이 송명기를 상대로 잘 친다. 지금 타격감도 나쁘지 않다”는 게 이강철 감독의 설명.
KT는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고영표의 완벽투, 배정대와 문상철의 홈런을 앞세워 NC를 3-0으로 꺾고 벼랑 끝 위기에서 벗어났다. 3차전을 앞두고 선취 득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이강철 감독은 “처음부터 리드를 가져가면 좋은 투수로 운영이 가능하다. 반면 리드를 당하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 오늘도 초반 기세 싸움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또 “아무래도 경기 감각을 무시할 수 없다. 4경기째 하니까 조금은 경기력이 풀릴 것 같다”면서 “베테랑 선수들이 많아서 실수가 나오더라도 금세 잊어버리고 좋은 플레이를 해준다. 황재균을 보면 신경도 안 쓰는 모습이더라. 그 정도로 실수를 빨리 잊는다”고 덧붙였다.
KT는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정규 시즌 18차례 마운드에 올라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한 쿠에바스는 지난달 30일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았으나 3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의 1차전 부진 원인에 대해 “1회부터 힘이 너무 들어갔다. 너무 잘 던지려고 하다가 그랬다”고 진단했다. KT는 3차전을 가져오면서 쿠에바스를 4차전 선발로 내세우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강철 감독은 “1차전이 끝나자마자 쿠에바스에게 투구수가 적당하니 4차전을 준비하라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우리는 4차전을 간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날 본인도 OK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쿠에바스의 1차전 공이 나쁜 건 아니었다. 내가 체크한 부분이 1~2개 정도 있었는데 그걸 인지하고 들어가면 원체 좋은 투수라 괜찮을 것 같다. 송명기와의 매치업에서 기록은 우리가 우위”라고 덧붙였다.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을 남겨두고 안방에서 일격을 당한 NC는 지명타자 손아섭-2루수 박민우-우익수 박건우-중견수 제이슨 마틴-좌익수 권희동-1루수 오영수-3루수 서호철-포수 김형준-유격수 김주원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외국인 타자 마틴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준플레이오프 타율 3할3푼3리(12타수 4안타) 5타점 4득점으로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했던 마틴은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12타수 무안타 1타점으로 침묵 중이다.
마틴을 향한 강인권 감독의 신뢰는 변함 없다. “지금 포스트시즌 7경기를 치렀지만 우리는 10월 초부터 순위 싸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한 달 동안 거의 포스트시즌이라고 봐야 한다. 그때부터 타선의 상승세가 있었는데 이제 내려갈 때가 되긴 됐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려면 타격이 안될 때 투수들이 막아주는 것 밖에 없다. 연승이 끊겼지만 타석에서 힘을 내준다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인권 감독의 말이다.
또 “KT 투수들이 마틴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이 이제는 타선에서 힘을 줘야 할 것 같다. 3경기 정도 부진했으니까 오늘 또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마틴이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선수인 것은 사실이다. 정규시즌을 잘 치러왔고 단점을 보완해왔지만 단기전은 상대방이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조금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 이어 4차전 티켓도 모두 팔렸다. 2019년 창원NC파크 개장 이후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2경기 연속 매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의미였다.
KT의 방망이는 매서웠다. 1회부터 4이닝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상대 마운드를 제대로 두들겼다. 1회 리드오프 김상수가 몸에 맞는 공으로 걸어나간 뒤 2루를 훔쳤다. 이 과정에서 포수 송구 실책이 나왔고 김상수는 3루에 안착했다. 황재균은 투수 땅볼 아웃. 알포드는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골랐다. 계속된 1사 1,3루서 박병호의 우전 안타 때 3루 주자 김상수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계속된 1,3루 찬스에서 장성우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1점 더 달아났다.
KT는 2회 오윤석과 배정대의 연속 안타, 조용호의 희생 번트로 1사 2,3루 추가 득점 기회를 마련했다. 선발 송명기를 구원 등판한 사이드암 이재학의 폭투로 3루 주자 오윤석이 득점에 성공했다. 2루에 있던 배정대는 3루를 밟았다. 김상수는 볼넷을 골랐다. 황재균은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날려 배정대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알포드와 박병호가 각각 우익수 플라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더 이상 점수를 얻지 못했다.
3회 선두 타자 장성우의 우전 안타와 문상철의 희생 번트 그리고 오윤석의 중전 안타로 누상에 주자 2명으로 늘어났다. 배정대가 좌중간 안타를 때려 주자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6-0. 기세 오른 KT는 황재균과 장성우의 솔로 아치로 2점 더 보탰다. 7회 1사 후 대타 김민혁의 볼넷, 오윤석의 좌전 안타, 배정대의 볼넷으로 만루가 됐다. 조용호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에 이어 김상수의 적시타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8회 알포드의 좌중월 솔로포까지 터졌다. 11-0. NC는 8회 2점을 만회했지만 승부는 완전히 기운 뒤 였다.
양팀 선발의 희비는 엇갈렸다. KT 쿠에바스는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반면 NC 선발 송명기는 KT 타선의 집중 공격에 완전히 무너졌다. 1⅓이닝 3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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