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렸던 KT가 반격에 성공했다. KT는 지난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선발 투수로 나선 국가대표 출신 사이드암 고영표는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무실점(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완벽투를 선보이며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어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이 3이닝을 깔끔하게 지우며 3점 차 승리를 지켰다.
공격에서는 배정대와 문상철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달 30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색이 짙었던 9회 그랜드 슬램을 쏘아 올렸던 배정대는 이날 경기에서도 2회 선제 투런 아치를 터뜨렸다. 문상철은 추가 득점이 필요한 가운데 7회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 한 방을 날렸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이강철 감독의 표정에도 한결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선발 고영표가 힘들었을 텐데 잘 이겨내고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그래서 승기를 가져왔고 나중에 나온 어린 선수들 손동현 박영현 그리고 김재윤까지 좋은 피칭을 해줬다”고 투수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또 “1회 득점 기회가 무산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했다. 배정대의 2점 홈런이 승기를 가져왔다. 추가점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문상철의 추가 홈런이 좋았다. 오랜만에 우리 팀 다운 경기를 했다. 박경수 선수가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줬고 장성우의 도루 저지도 승인”이라고 덧붙였다.
KT는 연패 후 첫 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중심 타선을 이끄는 박병호와 앤서니 알포드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안타 1개씩 기록했던 박병호는 3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박병호는 1회 1사 1,3루 찬스에서 삼진으로 물러났고 6회 무사 1루서 3루수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정규 시즌 타율 2할8푼9리(491타수 142안타) 15홈런 70타점 83득점 17도루로 KT의 플레이오프 직행에 큰 공을 세웠던 알포드는 가을 무대에서 힘 한 번 제대로 못 쓰고 있다. 11차례 타석에 들어서서 8타수 무안타 3볼넷에 불과하고 5차례 삼진을 당했다. 이날 1회 무사 1,3루서 삼진을 당했던 알포드는 3회 볼넷으로 출루해 주루사를 당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우리가 리드하고 가야 하는데 계속 선취점을 내주면서 쫓기는 흐름으로 갔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급해졌다. 이것이 2패 요인”이라며 선취 득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 박병호와 알포드가 중심 타선에서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와 알포드가 잘하면 쉽게 갈 수 있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는 분명히 나온다. 그 선수들 위주로 앞에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오늘은 배정대와 문상철이 잘해줬다”고 말했다.
KT는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4차전 선발로 내세워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계획. 그러기 위해 박병호와 알포드의 방망이가 뜨거워져야 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