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38)이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도록 현역 연장을 도운 두산 이승엽 감독 미련 없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제자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두산 구단은 지난달 28일 “132승 투수 장원준이 20년간 정들었던 프로 마운드와 작별한다. 선수가 최근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혔다”라고 1985년생 베테랑 장원준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장원준은 과거 두산 왕조의 핵심 선수였다. 4년 84억 원 FA 계약 첫해였던 2015년 30경기에서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하며 14년 만에 ‘V4’ 1등공신으로 자리매김했고, 이듬해에도 27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32로 활약하며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통합우승에 앞장섰다. 2017년 14승으로 롯데 시절이었던 2008년부터 8년 연속 10승에 성공한 장원준이었다.
장원준은 두산 4년차부터 원인 모를 부진과 부상에 신음했다. 2018년 24경기 3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9.92를 시작으로 2019년 6경기, 2020년 2경기 출전에 그치며 에이스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2020년 2경기 평균자책점 12.71의 충격 속 은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은퇴 위기에 처한 장원준은 작년 10월 부임한 이승엽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현역 연장 의지를 어필했다. 선수의 간절함을 느낀 이 감독은 “우리 팀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29승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알아봤는데 잘 안 되면 불명예다. 본인이 은퇴 생각이 없는데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장원준의 전반기는 낭만야구로 불렸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승리가 없던 투수가 5월 말부터 3연승을 달리는 노익장을 과시했기 때문. 백미는 시즌 첫 경기였던 5월 23일 잠실 삼성전이었다.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의 대체 선발을 맡아 5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무려 5년 만에 아홉수를 극복하는 기쁨을 누렸다.
당시 2020년 10월 7일 SK(현 SSG)전 이후 958일 만에 선발 등판한 장원준은 2018년 5월 5일 LG전 이후 1844일 만에 승리를 신고하며 역대 11번째, 좌완 4번째 통산 130승을 달성했다. 또한 37년 9개월 22일에 130승을 거두며 한화 송진우(34세 4개월 18일)를 제치고 역대 좌완 최고령 130승 기록을 경신했다. 우완투수까지 포함하면 KIA 임창용(42세 3개월 25일)에 이은 역대 최고령 130승 2위였다.
장원준은 이에 그치지 않고 6월 6일 잠실 한화전 5⅓이닝 1실점, 13일 창원 NC전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시즌 초반 선발진의 줄부상 속 관록투를 펼치며 팀의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장원준은 6월 13일 NC전을 끝으로 더 이상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날 때마다 대체 선발을 맡아 팀을 위해 헌신했고, 그 결과 최종전인 10월 17일 인천 SSG전에서 역대 9번째 2000이닝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야말로 후회 없이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장원준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9년간 188경기에서 47승 42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4.49로 활약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446경기 132승 119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4.28이다.
최근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감독 부임하고 첫 은퇴선수가 나왔다”라고 웃으며 “장원준 본인은 할 거 다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 또한 장원준이 마지막에 모든 걸 불사르고 은퇴하길 바랐다. 물론 어느 정도 만족할지는 모르겠지만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3승이라는 수치가 결코 작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승리가 없었던 베테랑 선수가 2군에서 시작해 기회를 잡은 뒤 선발 공백 때 3승을 거둬 팀에 큰 힘이 됐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자가 스승의 믿음에 100% 부응하며 스승도 제자를 후련하게 떠나보낼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장원준이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다른 건 안 한다고 하더라”라고 웃으며 “이제 쉬면서 다음 인생을 설게했으면 좋겠다. 100승 이상 거둔 좋은 선수다.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선배가 되면 좋겠다. 그 동안 수고했고, 팀을 위해 헌신하고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하산하는 132승 투수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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