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돈을 물쓰듯이 펑펑 쓰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선수단 연봉 지급을 위해 5000만 달러를 대출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구단이 지난 9월 단기적인 현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선수 급여 지급 등을 이행하기 위해 약 5000만 달러 대출을 받았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 CEO 에릭 그룹너는 “파드리스 구단은 우승 가능한 수준의 팀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적으로나 다른 모든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구단주 그룹, 대출 기관 파트너와 함께 2023년 자본 계획을 수립했으며 그 계획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올해 어느 시점에 대출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는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 책임감 있게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며 재정 악화설을 진화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의 재정 상황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관계자들이 많다. 지난 9월 샌디에이고 구단에 1억 달러를 빌려주겠다는 제3자 대출 기관이 있었고, 사무국에 이를 다 받을 수 있도록 승인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사무국은 5000만 달러를 대출 한도액으로 정했다.
샌디에이고는 올해 무려 61번의 매진을 이루며 327만1554명의 총 관중을 모았다. 리그 전체 2위로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 정규시즌 관중 수익은 리그 6위에 올랐다. 흥행 대박을 쳤는데도 불구하고 재정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여러모로 의문을 낳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대출 사실을 몰랐던 라이벌 구단 고위 임원은 “구단 자산이 훨씬 늘었고, 관중도 많은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익명의 샌디에이고 관계자는 “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왜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선수단 연봉 수준은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을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원래부터 빅마켓 구단이 아닌 샌디에이고인데 5월말 구단 수익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계권료가 끊겼다. 전담 중계 방송사 밸리스포츠를 운영한 다이아몬드 스포츠 그룹이 1조원 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파산을 선언한 것이다. 5월말 중계권료 미납으로 샌디에이고와 중계권 계약이 파기됐다. 당초 2013년부터 2032년까지 20년간 12억 달러 계약으로 연평균 6000만 달러 수익원이었는데 중계권 파기로 인해 샌디에이고 재정도 타격을 입을 모양새.
샌디에이고는 올해 개막일 기준으로 팀 연봉 총액이 2억4890만 달러로 구단 역대 최고액이었다. 리그 전체에서 3번째 비싼 팀으로 2019년(9720만 달러)에 비해 팀 연봉 총액이 4년 만에 2.5배 이상 상승했다.
A.J. 프렐러 단장 체제에서 대형 계약이 끊이지 않았다. 2021년 2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14년 3억4000만 달로 초장기 연장 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 8월 투수 조 머스그로브와 5년 1억 달러에 연장 계약했다. 이어 시즌 후 FA 유격수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0만 달러)를 영입한 뒤 투수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3루수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만 달러), 내야 유틸리티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와도 줄줄이 연장 계약을 체결하며 돈을 물쓰듯이 썼다.
뒤를 안 보고 윈나우로 달렸는데 올해 가을야구에 실패했고,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로 내년에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 됐다. 지난달 초부터 팀 연봉 총액을 2억 달러 안팎으로 낮출 것이란 보도가 나온 배경이다. 이에 따라 선수단 구성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FA를 앞두고 연봉 조정 마지막 해인 외야수 후안 소토는 내년 연봉이 3000만 달러 이상 될 것으로 보여 트레이드에 더 무게가 실린다.
미국 ‘CBS스포츠’는 ‘현재 연봉 총액을 고려할 때 샌디에이고는 오프시즌에 소토에 대한 트레이드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소토를 트레이드하는 것이 연봉을 낮추고 젊은 유망주를 받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이다’며 ‘보가츠, 다르빗슈, 마차도, 머스그로브 등 거물급 선수들은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어 정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크로넨워스, 김하성은 내년에 약 700만 달러 연봉을 받을 예정인데 몇몇 팀들에 분명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고 트레이드 가능성을 거론했다.
고액 장기 계약자들이 너무 많은 샌디에이고는 선수단 재편도 쉽게 할 수 없다. 내년 연봉 800만 달러로 FA를 1년 남겨놓은 김하성은 구단 입장에서 내놓기 좋은 트레이드 매물이다. ‘MLB.com’도 지난 1일 샌디에이고의 트레이드 후보 중 한 명으로 김하성을 꼽으며 ‘커리어 최고의 해를 보냈고, 소토와 마찬가지로 내년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다. 트레이드될 가능성은 낮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 ‘김하성과 크로넨워스 중 한 명을 트레이드하면 중앙 내야수 중복을 완화할 수 있지만 나쁜 점도 분명하다. 두 선수 모두 공격력이 탄탄하고, 수비가 뛰어나며 클럽하우스에서 인기가 많다’고 설명하며 트레이드하기에 아까운 선수들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