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이 침묵하니 어쩔 수 없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토종 투수로는 가장 많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상대 에이스 투수 앞에서 무기력해졌다. NC 다이노스의 거침없는 가을의 질주도 멈춰서야 했다.
NC는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시리즈 전적은 1승2패가 됐다.
이로써 NC는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그리고 KT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올해 포스트시즌 6연승의 질주가 끊겼다. 지난 2020년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 이어져 온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 기록도 9연승에서 멈췄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에 1승만 남겨두고 있었지만 타이 기록을 수립하는데 머물러야 했다.
일단 플레이오프에서는 2차전까지 악전고투 끝에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6경기에서 44득점을 뽑아낸 화력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상대 선발도 까다로운 구종에 구질을 갖고 있는 고영표였다. 이날 경기 전 NC 강인권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고영표 선수를 까다로워 하는 부분이 있다. 또 타선 전체적인 그래프가 내려가고 있는 타이밍이다”라고 설명하면서 “이제 마틴 선수의 그래프가 올라가야 할 것 같고 서호철 선수도 내려가고 있는데 올라가야 할 것 같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마틴과 서호철 모두 나란히 플레이오프 8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다.
단기전이기에 정규시즌 상대전적이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과거의 기억이 좋게 다가올 수 있다. NC의 상위타선 3인방인 손아섭 박민우 박건우는 고영표 상대로 초강세를 보였다. 박민우는 타율 6할9푼2리(13타수 9안타), 박건우가 타율 6할1푼5리(13타수 8안타), 손아섭이 타율 3할6푼4리(11타수 4안타)로 강했다. 도합 5할6푼8리(37타수 21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결국 이 3명이 앞에서 고영표를 공략하면서 경기를 풀어줘야 했다.
‘킬러 3인방’은 침묵했다. 고영표를 상대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10월 3일 KIA전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만큼 고영표 공의 무브먼트는 더욱 현란했다. 손아섭이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전 안타를 뽑아냈고 박민우가 6회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것을 제외하면 이 3명은 역할을 못했다. 7타수 1안타 1볼넷 4삼진으로 침묵했다.
이들이 경기를 풀어주지 못하니 중심 타선과 하위 타선 모두 실마리를 마련하지 못했다. 강인권 감독이 기대했던 마틴과 서호철도 고영표를 공략하지 못했다.
선발 태너 털리가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펼쳤다. 포스트시즌 3번째 등판 만에 정상궤도를 찾았지만 타선이 뒤따르지 못했다. 결국 NC는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 눈앞에서 좌절했다. 모처럼 창원 NC파크는 만원 관중(1만7400석)으로 들어찼다. 포스트시즌 첫 매진 경기였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은 1만2299명,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1만6649명에 그쳤다. 그런데 감격의 첫 매진 경기에서 창원 NC 팬들은 목청껏 소리 지를 기회가 없었다. NC의 포스트시즌 첫 무득점 경기였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