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에 이틀 연속 덜미를 잡히며 벼랑 끝 위기에 몰린 KT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KT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고영표의 완벽투와 배정대, 문상철의 홈런을 앞세워 NC를 3-0으로 눌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반면 NC는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을 남겨두고 안방에서 패배를 맛봤다. 지난달 19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후 6연승을 질주했으나 이날 패배로 연승 행진의 마침표를 찍었다. 선발 태너 털리는 포스트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고도 팀이 패하는 바람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벼랑 끝 위기에 몰린 KT는 유격수 김상수-3루수 황재균-좌익수 앤서니 알포드-1루수 박병호-포수 장성우-지명타자 문상철-우익수 조용호-중견수 배정대-2루수 박경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가 리드하고 가야하는데 계속 선취점을 내주면서 쫓기는 흐름으로 갔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급해졌다. 이것이 2패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오늘은 타자들이 치는 걸 보니까 좋아 보인다. 초반에 터졌으면 좋겠다. 태너가 그동안 제구가 몰리면서 실투가 많았지만 그런 걸 믿기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쳐야 한다. 오늘 이기면 4차전까지는 우리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선발 고영표는 오늘도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아니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그래도 제구가 되는 투수라 믿음이 간다”면서 “우리가 뒤는 해볼만하기 때문에 결국 선발인 고영표가 잘 막고 가야 한다. 초반 득점이 중요하다”고 선취 득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플레이오프 1,2차전을 쓸어 담으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을 남겨둔 NC. 우익수 손아섭-2루수 박민우-지명타자 박건우-중견수 제이슨 마틴-좌익수 권희동-1루수 오영수-3루수 서호철-포수 김형준-유격수 김주원으로 타순을 짰다.
NC의 유일한 고민은 소방수 이용찬의 부진. 포스트시즌 6경기 모두 등판해 4세이브를 거뒀지만 9.00의 평균자책점에서 알 수 있듯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하지만 강인권 감독은 한결같은 신뢰를 보냈다. “현재 지금 이용찬 말고 확실한 카드가 없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면 우리 다른 불펜 투수들이 조금 더 길게 끌고 가주는 방법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 지금 마무리 투수를 교체한다거나 다른 선수를 생각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강인권 감독은 또 “구위에서 큰 문제는 없다. 구속이나 무브먼트 등 트래킹 데이터를 아무리 찾아봐도 변화는 없다. 그래프적으로는 변화가 없는데 결과가 안 좋다 보니까 자신감이 조금 떨어진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지금 투구폼에서 어떤 버릇이 나왔을 수도 있어서 데이터팀과 전력 분석팀이 찾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찬의 주무기 포크볼 비율에 대해서 “위기 상황에서 직구의 비율을 높여야 할 것 같기도 하고 3구종, 4구종으로 편안하게 카운트를 잡거나 활용을 했으면 좋겠는데 어려운 상황이 되니까 포크볼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또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KBO는 이날 플레이오프 3차전 1만7400석이 모두 판매돼 매진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창원NC파크 개장 이후 포스트시즌 첫 만원 관중.
KT는 1회 김상수의 우중간 안타, 황재균의 우전 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잡았다. 알포드와 박병호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데 이어 장성우가 중견수 뜬공 아웃되며 이닝 종료.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2회 1사 후 조용호가 중전 안타로 치고 나갔다. 타석에는 배정대. 볼카운트 0B-1S에서 2구째 커브를 받아쳐 좌측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비거리는 115m.
1회 삼자범퇴로 물러났던 NC는 2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권희동이 KT 선발 고영표와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 1루로 걸어나갔다. 오영수와 서호철이 범타로 물러나며 득점 실패.
3회에도 김형준과 김주원이 각각 유격수 땅볼, 삼진 아웃으로 물러난 뒤 손아섭이 중전 안타로 1루로 나갔다. 박민우가 1루 땅볼로 아웃되는 바람에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4회 삼자 범퇴 그리고 5회와 6회 누상에 주자가 나갔지만 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추가 득점이 필요했던 KT는 7회 문상철의 한 방으로 3-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선두 타자로 나선 문상철은 두 번째 투수 김영규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6구째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KT는 안방에서 NC에 이틀 연속 덜미를 잡혔다. 외국인 원투 펀치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을 내세웠으나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KT다. 이강철 감독은 2차전 패배 후 "마지막이니까 선수들 모두 활용해 최대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들 돌잔치를 미루고 3차전 선발 마운드에 선 KT 고영표는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잠재웠다. 그동안 가을 무대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통산 4경기에 나서 승리없이 1패를 떠안았고 평균자책점은 7.71에 이르렀다. 하지만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최고의 투구로 토종 에이스의 위용을 뽐냈다.
반면 NC 선발로 나선 태너 털리는 가을 잔치에서 처음으로 제 몫을 다했으나 타선이 침묵하는 바람에 아쉬움을 삼켰다.
테일러 와이드너의 대체 선수로 NC의 새 식구가 된 태너는 정규 시즌 11차례 마운드에 올라 5승 2패 평균자책점 2.92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이 가운데 8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는 등 선발로서 안정감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가을 잔치에서도 특급 선발의 위용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만족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지난달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선발로 나선 태너는 4이닝 7피안타(1피홈런) 3볼넷 5실점으로 삐걱거렸다. 태너는 25일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2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강인권 감독은 태너의 부진 이유에 대해 "변화구에 정타 허용 비율이 높다. 커맨드가 조금 안 돼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스스로 자기 모습을 잘 찾아가면 이겨내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플레이오프 첫 등판에 나선 태너는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2점만 내주는 짠물투를 뽐냈다. 2회 배정대에게 선제 투런 아치를 허용한 게 전부였다. 이를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하지만 팀 타선이 마운드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태너에게 힘을 보태지 못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