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KT 야구지! 선발야구&선취점 완벽 조화→압도적 주도권…‘2패 뒤 1승’ 잠자던 2위가 깨어났다 [PO3]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1.03 00: 30

지난 2경기 쓰라린 패배를 통해 가을 분위기를 익힌 KT 위즈가 벼랑 끝 3차전에서 마침내 정규시즌 2위의 품격을 되찾았다. 
KT 위즈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1패면 가을이 종료되는 벼랑 끝에 몰렸던 KT는 적지에서 기사회생하며 승부를 오는 3일 4차전으로 끌고 갔다. 여전히 시리즈 전적 1승 2패 벼랑 끝이지만 귀중한 1승을 통해 남은 시리즈 대반격을 예고했다. 

2회초 1사 1루에서 KT 배정대가 선제 투런포를 날리고 포효하고 있다. 2023.11.02 /jpnews@osen.co.kr

2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2회초 1사 1루 상황 KT 배정대가 선제 좌월 투런포를 날리고 홈을 밟은 뒤 이강철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11.02 / dreamer@osen.co.kr

지난 6월 초만 해도 꼴찌를 전전하던 KT는 막강 선발야구를 앞세워 약 두 달 만에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6월 9일 ‘우승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컴백과 함께 또 다른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이 실력으로 기복 논란을 지웠고, 고영표, 배제성, 엄상백이 뒤를 든든히 받치며 승패마진 –14에서 +14를 만드는 기적에 힘을 보탰다.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 이후 늘 그랬듯 KT는 강력한 선발야구를 무기로 각종 변수를 지우며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원투펀치를 앞세운 지난 1, 2차전 선발야구가 배신을 했다. ‘무패 승률왕’ 쿠에바스가 1차전 3이닝 7실점(4자책) 최악투로 고개를 숙였고, ‘다승 2위’ 벤자민마저 2차전 5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연이틀 선취점을 내준 탓에 선수들의 심리가 조급해졌고, 그 결과 실책과 빈타가 속출했다. 마운드와 수비가 강점인 KT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KT 이강철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02 /jpnews@osen.co.kr
이강철 감독은 2일 3차전에 앞서 “우리가 리드하고 가야하는데 계속 선취점을 내주면서 쫓기는 흐름으로 갔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급해졌다. 이것이 2패 요인이다”라며 “오늘은 타자들이 치는 걸 보니까 좋아 보인다. 초반에 터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강철매직’의 안목은 적중했다. 3차전 1회 무사 1, 3루 찬스가 앤서니 알포드, 박병호의 연속 삼진과 장성우의 중견수 뜬공으로 무산될 때만 해도 전망이 어두웠지만 이를 딛고 2회 마침내 시리즈 첫 선취 득점을 뽑았다. 1사 후 조용호가 빗맞은 중전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득점권 집중력이 남다른 배정대가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린 것. 배정대의 정규시즌 별명은 '끝내주는 사나이'다.
2회초 1사 1루에서 KT 배정대가 선제 투런포를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2023.11.02 /jpnews@osen.co.kr
배정대는 NC 선발 태너 털리 상대로 초구 파울 이후 2구째 120km 커브를 제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지난 1차전 만루홈런에 이어 2경기 만에 나온 배정대의 플레이오프 2호 홈런이었다. 
선취점을 뽑자 마운드와 수비가 동시에 안정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또 다른 승리의 주역은 KT의 선발야구를 부활시킨 고영표였다. 포스트시즌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던 NC 타선을 상대로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105구 호투를 선보이며 감격의 가을야구 첫 승을 신고했다. 
2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6회말 2사 1루 상황 NC 박건우를 삼진으로 이끌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지은 KT 선발 고영표가 환호하고 있다. 2023.11.02 / dreamer@osen.co.kr
고영표의 올해 기록은 28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로, 최근 등판이었던 3일 수원 KIA전에서 김태군의 강습 타구에 우측 팔을 강타 당하며 한 동안 재활에 전념했다. 다행히 긴 휴식을 통해 상태를 회복했고, 팀 훈련과 자체 청백전을 통해 플레이오프 출격 준비를 마쳤다. 고영표는 시즌 퀄리티스타트 21회로 공동 2위(토종 1위), 평균자책점 6위(토종 2위), 다승 공동 5위(토종 2위)에 올랐다.
올해 NC 상대로는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3.55의 준수한 투구를 펼쳤다. 첫 등판이었던 4월 12일 창원에서 5⅔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7월 2일 수원에서 6⅔이닝 무실점, 8월 12일 수원에서 7이닝 3실점, 9월 13일 창원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연달아 호투했다. 8월 12일 경기만 아쉽게 노 디시전이 됐다. 
2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5회말 1사 1루 상황 KT 선발 고영표가 NC 김형준을 병살타로 이끌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2루수 박경수, 유격수 김상수와 인사를 나누는 고영표. 2023.11.02 / dreamer@osen.co.kr
다만 고영표는 그 동안 정규시즌의 활약을 가을로 잇지 못했다. 작년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⅓이닝 5실점(4자책) 난조로 패전투수가 됐고, 202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에서 불펜으로 변신해 3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작년 11월 2일 태어난 고영표의 첫 아들 차민 군의 돌이었다. 아들의 첫 생일에 운명의 3차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는데 눈부신 호투를 통해 가을 악몽을 씻어냈고, 돌을 맞은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다. 
7회말 무사에서 KT 박경수가 NC 마틴의 2루 땅볼 타구를 처리하고 있다. 2023.11.02 /jpnews@osen.co.kr
수원에서 실책이 속출했던 KT 야수진 또한 선취점에 안정을 되찾았다. 박병호, 박경수, 김상수, 황재균으로 이뤄진 베테랑 내야진이 견고한 수비로 중심을 잡으며 고영표를 도왔다. 박경수는 7회 멋진 다이빙캐치를 선보이며 호수비로 우승을 이끈 2년 전 한국시리즈를 연상케 했다.
추가점이 필요한 순간 홈런이 또 나왔다. 32세 미완의 거포 문상철이 7회 솔로홈런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은 것. 문상철은 2-0으로 앞선 7회 선두로 등장, NC 바뀐 투수 김영규 상대로 달아나는 홈런을 쏘아 올렸다. 풀카운트 끝 김영규의 6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NC파크의 좌측 담장을 살짝 넘겼다. 지난 1차전에 이어 2경기 만에 나온 문상철의 플레이오프 두 번째 홈런이었다. 
7회초 무사에서 KT 문상철이 솔로포를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2023.11.02 /jpnews@osen.co.kr
결과적으로 선취점이라는 과제가 그 동안 KT 야구의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KT는 정규시즌서 늘 선취점과 안정적인 마운드를 앞세운 경제적인 야구를 펼쳤는데 이날 2회 반가운 선제 홈런이 터지면서 마침내 2위의 품격을 되찾을 수 있었다. 
KT는 오는 3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치른다. 3차전의 기세를 이어 시리즈를 다시 수원으로 끌고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backlight@osen.co.kr
2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 NC 권희동의 뜬공 타구를 KT 중견수 배정대가 잡아댄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선발 고영표와 인사 나누고 있다. 2023.1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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