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한신 타이거스가 1일 열린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둬,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9회 말에 나온 오릭스 버팔로즈의 2연속 고의4구 만루 작전에 대해 일본 야구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황은 이렇다. 3-3 동점이던 9회 말이었다. 마운드에 오른 외국인 투수 제이콥 웨그스팩은 첫 타자(9번 이토하라 켄토)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이후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다음 타자는 1번 치카모토 코지다. 이때부터 웨그스팩의 제구가 흔들린다. 존 안에 넣지 못하고 볼넷을 내주고 만다. 2번 나카노 타쿠무 타석 때는 한술 더 뜬다. 폭투 2개를 연거푸 범한다. 1사 1루가 졸지에 1사 3루로 변했다.
여기서 문제의 작전이 나온다. 오릭스의 나카지마 사토시 감독은 위기가 닥치자 고의 4구 지시를 내린다. 1사 1, 3루에서 상대해야 할 타자는 3번 모리시타 쇼타다. 그러자 또 한 번 벤치가 개입한다. 두 번째 고의 4구 사인이다. 상대 팀 4번 타자를 앞에 두고 1사 만루를 자초한 것이다.
이 작전은 결국 화를 불렀다. 웨그스팩은 안정을 찾지 못했고, 공 3개가 연달아 빗나갔다. 밀어내기 직전인 카운트 3-0까지 간 것이다. 그다음은 간신히 스트라이크 2개를 던졌다. 하지만 카운트 3-2이 한계였다. 어쩔 수 없이 빠른 공을 가운데로 밀어 넣다가 오야마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4-3 끝내기 안타였다.
상당수 전문가와 팬들은 ‘만루를 선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고육지계였다’, ‘결과만으로는 얘기할 수 없다’며 나카지마 감독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너무 무리한 시도’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이 경기를 중계한 요미우리 TV의 캐스터는 끝내기 안타가 나오자 “나카지마 감독, 만루책 실패~”라고 소리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1980년대 버팔로즈(당시는 긴테쓰)에서 뛴 가토 테츠로는 자신의 SNS에 “있을 수 없는 만루 작전이다. 만약 우승을 놓친다면 이것이 결정적인 장면이 될 것”이라며 친정팀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투수 출신인 가토는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엄청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 투수(웨그스팩)가 마운드에서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데, 거기에 만루를 만들어 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4번 오야마가) 아무리 이날 4타수 무안타라고 해도 센트럴리그의 4번 타자다. 그런 상대를 너무 가볍게 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대해 많은 팬들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며 공감을 표현했다.
댓글 중에는 “이미 폭투 2개를 범해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기도 어려운 상태였고, 만루가 되면 (사구가 우려돼서) 과감한 몸쪽 승부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수에게는 부담감이 너무 크다.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작전”이라는 주장이 많다.
평론가 이하라 하루키도 “웨그스팩은 정확성이 좋은 투수가 아니어서 만루책은 너무 위험한 선택이었다. 이런 타입의 키가 큰 우완 투수에게는 병살타성 땅볼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냥 나카노, 모리시타와 승부하는 편이 나았다. 나카지마 감독답지 않은 결정이었다. 사령탑의 판단 미스라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나카지마 감독은 경기 후 “내키지 않았지만, 주자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수비가 조금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불안감으로 나타난 것 같다. 구위 자체는 괜찮았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패전을 떠안은 투수 웨그스팩은 “첫 번째 볼넷(치카모토)이 문제였다. 이후로 슬라이더가 말을 잘 안 들어서 폭투가 나왔다. 마지막 안타는 괜찮은 투심이었는데, 타자가 잘 친 것이다. (연속 고의4구에 대해서) 그건 벤치의 지시대로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의 장면을 연출한 타자 오야마는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앞의 2타자를 고의4구로 보낸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마침 응원석에서 나온 팬 여러분의 함성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타격 순간에 대해서는 “3루 주자만 들어오면 되기 때문에 ‘타구가 (내야를) 빠지기만 해라’ 하는 마음으로 휘둘렀다”고 했다.
오카다 아키노부 한신 감독은 “(연속 고의4구에 대해서) 첫 번째 고의4구가 나오면서, 그다음도 또 거를 수 있겠다고 생각은 했다. 그렇다고 오야마에게 특별한 지시는 하지 않았다. 그 정도야 뭐 타자가 알아서 해줄 일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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