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는 아주 다른 길을 걸었다. 오로지 야구 실력 향상을 위해 걸어온 일이었다. 대학 중퇴 후 6년의 시간을 계획대로 준비해 프로에 들어온 ‘늦깎이 신인’ 황영묵(24)이 내년 한화 내야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은 황영묵은 독립리그 출신이다. 충훈고 졸업 후 2018년 중앙대에 진학했지만 1년 만에 중퇴한 뒤 독립리그로 향했다. 2019년 성남 블루팬더스 입단 후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고, 2021년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을 거쳐 지난해부터 2년간 연천 미라클에서 활약하며 프로 입단을 준비했다.
강한 어깨를 갖춘 유격수로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하는 우투좌타 황영묵은 컨택이 뛰어난 타자로 평가된다. 경기도 독립리그에서 4시즌 통산 200안타를 치며 타율 4할2푼5리(471타수 200안타)로 활약했다. 23경기 연속 안타을 쳤고, 지난해 9월에는 사이클링히트도 기록했다.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으며 신인 드래프트에 나왔고, 4라운드에서 한화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1일 마무리캠프 참가를 위해 일본 미야자키로 떠난 황영묵은 “예상보다 높은 지명 순위라 좋았다. 구단에서 저를 높이 평가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그만큼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른 선수들에 비해 프로까지 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군대도 다녀왔고, 다른 신인들보다 나이도 있으니 적응이 빠를 것이다”고 자신했다.
충훈고 3학년 때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한 황영묵은 대학으로 진학했지만 야구에 대한 목마름이 너무 컸다. 그는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대학에 간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대학에선 학업도 같이 병행해야 하고, 야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2018년 대학 중퇴를 결정하면서 황영묵은 6년 장기 계획을 세웠다. 대학 중퇴 선수는 정상 졸업년도에 맞춰 KBO 신인 드래프트 신청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 군복무 2년을 더해 2024년에야 신인 드래프트 참가가 가능한 것을 황영묵은 숙지하고 있었다. 긴 시간이지만 황영묵은 이를 각오하고 중퇴를 택했다.
중퇴 후 바로 군대에 가지 않았다. 1년은 독립리그에서 뛰며 야구에 대한 갈증부터 먼저 풀었다. 키 177cm에 70kg도 안 되는 왜소한 체구였지만 전역 후 85kg으로 증량하면서 힘을 키웠다. 입대 전부터 벌크업을 계획했고, 몸이 둔해지지 않게 가동성 훈련을 꾸준히 했다. 그리고 전역 후 3년을 더 독립리그에서 뛰며 프로 진출을 준비했다.
알차게 계획하고 실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6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첫발부터 떼기 어려운 길. 6년 내내 초심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스스로 뭔가 동기 부여를 찾는 것도 그에겐 과제였다. 마침 ‘청춘야구단’, ‘최강야구’ 등 야구 관련 방송들이 황영묵에겐 좋은 계기가 됐다. 두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단순히 주목받고 싶어서 출연한 게 아니었다. 황영묵은 “대학 중퇴를 할 때부터 졸업년도에 맞춰 신인 드래프트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군대 2년, 독립리그 4년으로 6년 계획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했다”며 “6년 계획 중 없었던 것이 청춘야구단과 최강야구다. (프로 진출에) 오랜 시간 준비하다 보니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 방송에 나간 것은 인기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야구를 더 배우고,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동기 부여와 경험이 됐다”고 돌아봤다.
최강야구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그는 원래 소속팀이었던 연천 미라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2년간 연천군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야구만 할 수 있었다. 경제적인 부담 없이 야구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연천군과 김인식 감독님, 코치님들의 지원에 감사하다”는 황영묵은 “저만의 야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인정해주시고 기대해주신 팀이 한화다. 이곳에서 황영묵만의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