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00만 달러를 제시하는 팀이 나오면 내년에도 메이저리거 류현진(36)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오퍼가 들어오지 않으면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조만간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열리면 류현진의 거취가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한화 이글스 복귀 가능성은 ‘반반’이다.
류현진은 지난달 18일 귀국 후 향후 거취에 대해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은 말하기가 어렵다.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좋은 조건으로 이야기가 나온다면 당연히 메이저리그에 남고 싶다. 다만 지금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이 만료되면서 다시 FA가 된 류현진의 우선 순위는 메이저리그 잔류다. 지난해 6월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거쳐 올해 8월 빅리그 복귀한 류현진은 11경기(52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186경기(185선발·1055⅓이닝) 78승48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로 검증된 선발인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계약을 못 받을리 없다. 관건은 조건이다. 다년 계약은 아니더라도 연봉 1000만 달러를 FA 계약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돈을 쫓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한 선발로 인정받고 입지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기준점이 대략 1000만 달러 수준이다.
메이저리그도 항상 선발투수에 대한 수요가 높다. 나이가 많고, 부상 리스크 있는 투수라도 경쟁이 붙는다. 지난겨울 43세 현역 최고령 투수 리치 힐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1년 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37세 코리 클루버, 조니 쿠에토도 1년 보장 계약으로 각각 보스턴 레드삭스와 1000만 달러, 마이애미 말린스와 850만 달러에 계약했다.
FA 시점 기준 나이가 같은 클루버와 쿠에토를 기준으로 본다면 류현진도 비슷한 규모의 오퍼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000만 달러를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을지는 시장 상황을 더 봐야 안다. 메이저리그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디애슬레틱’을 통해 류현진을 FA 랭킹 35위에 올려놓으면서 계약 규모로 인센티브가 포함된 1년 800만 달러를 예측했다.
만약 이 정도 규모의 오퍼밖에 없다면 류현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류현진의 한국 복귀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반반이라고 봐야 한다”며 “오랜 미국 생활로 심신이 조금 지쳐있는 부분도 있다. 한화 시절 함께했던 후배 선수들이 있을 때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있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류현진은 지난 2006년 KBO리그 데뷔 후 2012년까지 7년을 한화에서 활약했다. 2013년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 후 어느새 11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더 길다. 한화 시절 류현진과 함께 뛰었던 선수들 중에서 선배는 없다. 후배도 투수 장민재, 이태양, 내야수 오선진, 하주석 등 4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 선수들도 이제 베테랑이다.
현실적인 조건이나 류현진의 건재함을 고려하면 메이저리그 잔류가 당연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친정팀 한화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크다.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키워준 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에서도 한화 경기를 늘 체크하고, 비시즌마다 한화 후배들을 데리고 훈련을 한다. 지난달 18일 귀국 후에도 “마지막을 한화에서 장식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 없다.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고 재확인했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월드시리즈 종료 후 열린다. 3승1패로 앞서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으면 류현진에게도 하나둘씩 오퍼가 들어올 것이다. 대어급 선수들의 행선지가 결정되는 12월초 윈터미팅 이후 류현진을 비롯한 준척급 FA들의 거취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손혁 단장이 직접 토론토를 찾아 류현진을 만나는 등 한화도 물밑에서 교감하며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전력상으로도 류현진이 있으면 좋지만 젊은 투수들이 많은 팀 구성상 리더로서 류현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지금 당장 실력으로도 보여줄 수 있는 리더라면 모든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전체 투수들의 스텝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화도 류현진의 복귀를 바란다.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