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딱 1승 남았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1961년 창단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둔 가운데 ‘거포 유격수’ 코리 시거(29)의 존재감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가히 배리 본즈급이다.
텍사스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벌어진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11-7로 눌렀다.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2~3회 연속 5득점 빅이닝으로 일찌감치 두자릿수 득점을 채운 텍사스는 포스트시즌 최초 15경기 연속 홈런 기록도 세웠다. 포스트시즌 원정경기 10전 전승 행진으로 최다승, 연승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선 텍사스는 이제 우승에 1승만 남았다.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3승1패로 앞선 49개 팀 중 42개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텍사스가 우승 확률 85.7%를 확보한 것이다. 가장 최근 3승1패에서 3연패한 팀은 201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로 당시 시카고 컵스에 3승4패로 준우승했다.
텍사스가 이대로 우승하면 월드시리즈 MVP는 시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1차전에서 3-5로 뒤진 9회 1사 1루에서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을 폭발하며 텍사스의 연장 11회 6-5 끝내기 역전승 발판을 마련한 시거는 3차전도 3회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3-1로 쫓긴 8회 1사 1루 유격수 수비에서도 알렉 토마스의 안타 확률 45% 강습 타구를 잘 잡아 병살로 연결하며 텍사스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4차전도 시거가 나섰다. 3-0으로 앞선 2회 2사 3루에서 애리조나 좌완 불펜 카일 넬슨에게 쐐기 투런 홈런을 폭발했다. 2구째 가운데 낮게 떨어진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앙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108.4마일(174.5km), 비거리 431피트(131.4m), 발사각 22도. 스코어를 5-0으로 벌린 한 방이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를 추가한 시거는 이날까지 월드시리즈 4경기 타율 2할3푼5리(17타수 4안타) 3홈런 6타점 OPS 1.140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낮지만 안타 4개가 전부 장타로 그 중 3개가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홈런이었다. 월드시리즈에서 홈런 3개를 기록한 최초의 유격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시거는 2020년 LA 다저스 시절에도 6경기 타율 4할(20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 OPS 1.256으로 활약하며 팀 우승과 함께 MVP를 거머쥔 바 있다.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 19개인 시거는 매니 라미레즈(29개), 호세 알투베(27개), 버니 윌리엄스(22개), 데릭 지터, 카일 슈와버(이상 20개)에 이어 이 부문 공동 6위. 유격수 중에선 지터 다음이다.
미국 ‘폭스스포츠’ 해설가로 월드시리즈를 중계 중인 ‘뉴욕 양키스 레전드’ 지터도 시거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날도 지터는 “시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다. 그를 보는 재미가 있다”며 “타석에서 누구보다 좋은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투수들이) 왜 자꾸 그에게 승부를 하는지 모르겠다. 공격적인 선수라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다. 초구도 공략할 줄 안다. 그는 텍사스가 여기 있는 가장 큰 이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전날 같은 방송사 해설가로 활동 중인 ‘보스턴 레드삭스 레전드’ 데이비드 오티즈도 시거에 대해 “포스트시즌의 새로운 배리 본즈”라고 표현하며 큰 경기에 강한 그를 극찬했다. 명예의 전당 레전드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자신의 SNS를 통해 “내가 몇 번이나 말했나. 본즈처럼 걸어나가게 하라”며 시거와 정면 승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