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가 대망의 월드시리즈 첫 우승에 1승만 남겨놓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6개 팀 중 하나로 그 중 가장 오래된 텍사스가 오랜 한을 풀기 직전까지 왔다.
텍사스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11-7로 제압했다.
홈런 3방 포함 장단 11안타를 폭발한 텍사스는 2~3회 연속 5득점 빅이닝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2이닝 연속 5득점 이상 기록은 월드시리즈 사상 최초로 15경기 연속 홈런도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다.
아울러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부터 이번 포스트시즌 원정 10경기 모두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포스트시즌 역대 최장 원정 10연승 기록으로 단일 포스트시즌 기준으로 원정 10승도 최초 기록이다.
여러 가지로 최초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텍사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최초 기록은 첫 우승이다. 1961년 창단한 텍사스는 지난해까지 62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밀워키 브루어스(이상 1969년), 시애틀 매리너스(1977년), 콜로라도 로키스(1993년), 탬파베이 레이스(1998년) 등 다른 5개 팀들도 우승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텍사스가 가장 오래 됐다.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에도 나섰다. 특히 한국인 FA 선수도 두 명이나 영입했다. 2001년 투수 박찬호를 5년 6500만 달러에, 2014년 외야수 추신수를 7년 1억3000만 달러에 영입하며 큰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박찬호는 허리, 햄스트링 부상으로 텍사스에서 ‘FA 먹튀’로 전락했다. 2005년 7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텍사스에서 3년 반 동안 68경기(380⅔이닝)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로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이 기간 포함 텍사스는 2000~2009년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꼴찌만 5번으로 암흑기였다.
2010~2011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까지 갔으나 준우승으로 아깝게 우승을 놓친 텍사스는 2011년 특급 3루수 애드리안 벨트레(6년 9600만 달러), 2012년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6년 5600만 달러)에 이어 2014년 추신수까지 영입해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2015~2016년 2년 연속 지구 우승에도 디비전시리즈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연이어 패퇴했다. 추신수는 2020년까지 7년간 텍사스에서 799경기 타율 2할6푼 771안타 114홈런 355타점 OPS .792를 기록했지만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하고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사스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20~2021년 짧은 리빌딩을 거친 뒤 다시 FA 시장 큰손으로 계속 움직였다. 2021년 시즌 후 유격수 코리 시거(10년 3억2500만 달러), 2루수 마커스 시미언(7년 1억7500만 달러), 투수 존 그레이(4년 5600만 달러)를 영입했다. 지난해 시즌 후에도 투수 제이콥 디그롬(5년 1억8500만 달러), 네이선 이볼디(2년 3400만 달러), 앤드류 히니(2년 2500만 달러)를 연이어 계약하며 투타에서 전력 보강을 했다. 올 시즌 중에는 맥스 슈어저, 조던 몽고메리 등 대형 투수들을 연이어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우승을 위한 윈나우 행보를 이어갔다.
오랜 투자의 결실을 드디어 보고 있다. 이날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도 FA 선수들이 다했다. 시거가 2회 투런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 시미언이 3회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5타점을 폭발했다. 선발 히니가 5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거는 월드시리즈 최초로 홈런 3개를 친 유격수가 되며 2020년 LA 다저스 시절 이후 두 번째 월드시리즈 MVP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