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안 좋았다. 타자와 싸워야 하는데 자꾸 저와 싸우고 있으니...".
삼성 라이온즈의 1차 지명 출신 좌완 이승현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58경기에서 개인 한 시즌 최다 홀드(14개)를 달성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나 올 시즌 48차례 마운드에 올라 1승 5패 5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4.98을 남겼다.
지난달 31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이승현은 "작년까지만 해도 쳐보라는 식으로 던졌는데 올해 들어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상대 타자를 제압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저 혼자 싸우고 있으니 그게 가장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시즌 초반 '끝판대장' 오승환 대신 뒷문 단속에 나섰다. 어릴 적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던 대선배 오승환 뒤에서 던진다는 건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
그는 "제겐 굉장히 큰 경험이었다. 제가 승환 선배님 뒤에서 던진다는 생각을 누가 했겠는가. 정말 영광이었다"면서 "좋은 기회를 주신 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컸는데 역시 아무나 하는 건 아니었다. 등판할 때마다 승환 선배님이 정말 대단하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뒷문 단속에 나선 이승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되게 많이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마무리 역할에 대한 부분은 물론 앞으로 투수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승현은 9월 1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박진만 감독은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워야 하는데 자신과 싸우기 바쁘다.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승현은 "1군 말소 후 스스로 (무엇이 부족했는지) 생각도 많이 하고 코치님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퓨처스에) 내려와서 공을 많이 던지려고 했다. 조금씩 던지면서 감각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150km 안팎의 빠른 공이 주무기인 그는 구속 회복을 주요 과제로 꼽으며 "트레이닝 파트에서 워낙 관리를 잘해주신 덕분에 몸 상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많이 부족했다. 마운드에서 저와 싸우고 있으니 그렇다. 볼이 되더라도 힘껏 던져야 타자와 승부가 되는데 그냥 밀어넣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좌완 홀드왕 출신 박희수 코치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묻자 "코치님께서 부담을 가지지 말고 해보라고 격려해주신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심리적인 부분을 강조하신다. 또 웃으면서 하면 텐션이 더 좋아지니까 운동할 때 밝게 하라고 자주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올 겨울 공 열심히 던져보겠다"고 밝힌 이승현은 삼성 계투진이 약하다는 이미지를 지워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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