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가 대망의 월드시리즈 첫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았다. 2년 전 FA 영입한 ‘5억 달러 키스톤 콤비’ 코리 시거(10년 3억2500만 달러), 마커스 시미언(7년 1억7500만 달러)이 동시 폭발했다.
텍사스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11-7로 꺾었다. 2~3회 5득점씩 빅이닝을 폭발하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2이닝 연속 5득점 이상 기록한 것은 텍사스가 월드시리즈 최초.
시거가 2회 투런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고, 시미언이 3회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백업 외야수 트래비스 잰코우스키도 복사근 부상으로 빠진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빈자리에 들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깜짝 활약했다.
8회 포수 조나 하임의 솔로포까지 홈런 3방 포함 장단 11안타 11득점을 폭발한 텍사스는 전날에 이어 애리조나에서 열린 3~4차전을 모두 잡았다. 올 가을 원정 10경기 전승 행진. 단일 포스트시즌 원정경기 최초 원정 10승, 10연승으로 최다 기록을 하나씩 더 늘렸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1패가 된 텍사스는 1961년 이후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만 남겨놓았다. 62년 묵은 우승의 한을 드디어 풀 기세다. 반면 2001년 이후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애리조나는 벼랑 끝에 몰렸다.
가르시아 대체자 맹타, 5억 달러 듀오 동시 폭발
텍사스는 전날 3차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된 중심타자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왼쪽 복사근 좌상 진단을 받았다. 같은 날 허리 통증으로 강판된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까지 2명이 나란히 로스터 아웃됐다. 텍사스는 두 선수가 빠진 자리에 투수 브록 버크, 내야수 에즈키엘 듀란을 올렸다.
슈어저야 이번 가을에 기여도가 낮았지만 15경기 타율 3할2푼3리(62타수 20안타) 8홈런 22타점 OPS 1.108로 대폭발한 가르시아의 공백이 우려됐다. 하지만 가르시아 대신 9번 타순에 우익수로 들어간 잰코우스키가 빈자리를 말끔하게 메우며 텍사스의 4차전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텍사스는 2회 조쉬 영의 2루타로 이어진 2사 3루 레오디 타베라스 타석에서 애리조나 투수 미겔 카스트로의 폭투로 선취점을 냈다. 타베라스의 볼넷에 이어 잰코우스키가 안타를 치며 2사 1,2루 찬스를 연결했다. 여기서 시미언이 좌측 라인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 3루타를 폭발한 뒤 시거의 중월 투런 홈런이 터졌다.
시거는 바뀐 투수 카일 넬슨의 2구째 가운데 들어온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108.4마일(174.5km), 비거리 431피트(131.4m), 발사각 22도. 3차전 투런포에 이어 2경기 연속 터진 시거의 홈런으로 텍사스가 5-0 리드를 잡았다.
텍사스 선발 히니 PS 개인 첫 승, 불펜만 6명 투입
이날 텍사스 선발로 나선 좌완 앤드류 히니도 FA로 팀에 합류했다. 지난겨울 2년 2500만 달러에 FA 계약한 히니는 정규시즌에 34경기(28선발·147⅓이닝) 10승6패 평균자책점 4.15 탈삼진 151개로 활약하며 첫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여세를 몰아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은 선발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5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로 애리조나 타선을 잠재웠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긴 했지만 실점은 4회 희생플라이로 내준 1점이 유일했다. 최고 93.8마일(151.0km), 평균 91.9마일(147.9km) 포심 패스트볼(47개) 중심으로 체인지업(20개), 슬라이더(13개) 3가지 구종으로 총 80구를 뿌렸다. 화끈한 타선 지원 속에 포스트시즌 개인 첫 승을 월드시리즈에서 거뒀다.
히니가 내려간 뒤 나머지 4이닝은 6명의 구원투수들이 나눠 맡았다. 데인 더닝(1이닝 무실점), 코디 브래드포드(1이닝 무실점), 버크(⅓이닝 3실점), 크리스 스트랜튼(⅔이닝 1실점), 윌 스미스(⅔이닝 2실점), 호세 크클럭(⅓이닝 무실점)이 차례로 던졌다. 여유 있는 점수 차이였지만 경기 후반이 불안했다.
8회 4실점, 9회 2실점으로 쫓기면서 마무리 르클럭까지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9회 2사 1루에서 올라온 르클럭은 크리스티안 워커를 5구 만에 1루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불펜 데이 실패, 1승3패 벼랑 끝에 몰린 애리조나
애리조나는 이날 불펜 요원 조 맨티플리를 선발로 내세워 불펜 데이를 했다. 맨티플리는 지난달 2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도 선발로 나서 1이닝 무실점으로 오프너 역할을 했고, 애리조나는 7명의 구원투수를 투입하며 6-5로 승리했다. 경기 초반 실점을 억제하면서 초반 리드를 잡은 뒤 8회 알렉 토마스의 동점 투런포와 가브리엘 모레노의 결승타로 역전승한 바 있다.
이날도 맨티플리는 1회를 실점 없이 막고 스타트를 끊었다. 2회 영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 로우를 헛스윙 삼진 잡으며 임무를 마쳤다. 그러나 카스트로(⅓이닝 3실점), 넬슨(⅔이닝 3실점), 프리아스(⅔이닝 3실점) 등 이어 나온 투수들이 대량 실점하면서 2~3회에만 대거 10실점으로 무너졌다.
5번째 투수 라인 넬슨이 5⅓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지만 초반에 벌어진 점수 차이를 만회하지 못했다. 워커가 5타수 3안타, 모레노가 4타수 2안타 2타점,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3타수 2안타 4타점, 코빈 캐롤이 5타수 2안타로 활약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 안타는 애리조나가 12개로 텍사스보다 1개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