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해왔던 걸 다 버리고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언처럼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태훈도 과감하게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4월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그는 계투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71경기에서 6승 7패 3세이브 11홀드(평균자책점 7.11)를 남겼다.
"처음에 왔을 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되게 컸다. 몇 경기 잘 되다가 한 순간에 흐트러지니까 계속 꼬였다.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단순하게 생각했어야 하는데 제 것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김태훈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이 같이 말했다.
"올 시즌을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30점에 불과하다. 너무 안 좋은 시즌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김태훈은 "지금껏 해왔던 걸 다 버리고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지금 준비한 부분을 다음 시즌 끝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성선수로 시작해 꿈의 무대에 진출한 센가 코다이(뉴욕 메츠 투수)를 롤모델로 삼았다. "센가의 포크볼과 투구 폼도 따라해보고 있다. 일본 투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다음 시즌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게 눈에 띄었다. 일본인 투수 코치님께 그 이유를 여쭤봤더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고 말씀하시더라. 저렇게 잘하는 선수들도 바꾸는데 저도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훈의 말이다.
키움 시절 가을 무대를 자주 밟았던 그는 올 가을이 다소 낯설 것 같았다. 김태훈은 "플레이오프 1차전을 봤는데 가을 무대에서 던지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내년에 꼭 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계투진 특유의 끈끈한 문화를 높이 평가했다. "(오)승환이 형과 (우)규민이 형이 후배들을 정말 잘 챙겨주신다. 던지고 나서 어떤 부분이 좋았고 아쉬웠는지 조언해주시고 서로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주신다"고 전했다. 또 "올 시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서로 믿음을 통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올 시즌 부상 선수도 많았는데 내년에는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훈에게 내년 목표를 묻자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수치상 목표를 세우면 항상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음 속으로 조용히 간직하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