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유격수 김재호(두산)가 3년 FA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아 회춘타를 선보이며 은퇴가 아닌 현역을 연장할 전망이다.
31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마무리캠프 첫 훈련. 현장에서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은 “올해 (김)재호를 보셨겠지만 좋은 성적을 냈다. 같이 안 할 이유가 없다. 본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김재호가 필요하다”라고 베테랑 김재호의 현역 연장 이슈를 언급했다.
2021년 1월 두산과 3년 25억 원에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김재호. 지난 2년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다. 재계약 첫해 89경기 타율 2할9리에 이어 지난해에도 102경기 타율 2할1푼5리로 부진하며 ‘먹튀’ 논란에 시달렸다. 계약 기간의 절반이 넘는 2년 동안 타율 2할1푼2리의 슬럼프를 겪으며 천재 유격수의 자존심을 구겼다.
김재호는 어쩌면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2023시즌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시작은 호주 스프링캠프였다. 워밍업 때부터 가장 첫 줄에 서서 파이팅을 외쳤고, 수비 훈련을 할 때도 과거 젊은 천재 유격수가 그랬던 것처럼 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년의 야유를 박수로 바꾸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린 김재호였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김재호는 올해 91경기 타율 2할8푼3리 3홈런 29타점 OPS .748로 회춘하며 두산의 2년 만에 가을 무대 복귀를 이끌었다. 38세의 은퇴가 임박한 나이에도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녹슬지 않은 컨택 능력을 뽐내며 양의지(타율 3할5리), 정수빈(2할8푼7리)에 이어 팀 내 타율 3위에 올랐다. 커리어 하이를 썼던 2018년(타율 3할1푼1리 16홈런)에 못지않은 활약이다.
지난 2년의 기록만 봤을 때 김재호는 올해가 끝난 뒤 은퇴가 유력해보였다. 김재호 또한 후배 오재원 은퇴식 당시 “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현역 마감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반등에 성공하며 현역 연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안재석, 이유찬, 전민재, 박계범 등 유격수 신예들이 번번이 자리를 노렸지만 김재호에 버금가는 유격수는 단 1명도 없었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의 젊은 내야수들이 김재호를 뛰어넘어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 김재호 또한 자기의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고, 어린 선수들은 김재호를 뛰어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라며 “김재호는 구단이 알아서 잘해주실 것”이라고 김재호의 재계약을 기원했다.
두산은 ‘포스트 김재호’로 낙점된 안재석(21)이 신체검사를 마치며 현역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유격수 유망주의 군 입대가 결정되며 김재호의 잔류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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