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1차 지명 유망주가 또 날개를 펴지 못한 채 현역 입대한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31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마무리캠프 첫날 취재진과 만나 1차 지명 내야수 안재석(21)의 현역 입대 소식을 전했다.
안재석은 최근 신체검사를 마치고 현역 입대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2023시즌 허리 부상을 비롯해 부진과 부상이 거듭되며 군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안재석이 조금 안 좋은 것 같다. 재활 파트에 있었는데 생각보다 (폼이) 안 올라온다‘”라며 “올해 허리를 다치고 운동하다가 또 안 좋아졌다. 스스로 힘들어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울고 출신의 안재석은 2021 신인드래프트서 김재호(2004년) 이후 17년 만에 두산이 1차 지명한 내야수다. 입단 당시 ‘제2의 김재호’로 불리며 많은 스포트라이트틀 받았고, 신인 중 유일하게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롤모델’ 김재호에게 직접 수비 지도를 받았다. 캠프서 탄탄한 기량을 선보이며 데뷔 시즌을 기대케 했는데 첫해 96경기 타율 2할5푼5리 2홈런 14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대부분 신인이 겪는다는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4월 중순만 해도 타율이 3할6푼4리까지 치솟았지만 5월 월간 타율 1할8푼을 시작으로 타격 슬럼프가 장기화됐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각종 시행착오 속에 실책 15개를 범했다. 9월 2일 롯데전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춘 안재석은 99경기 타율 2할1푼3리 3홈런 17타점의 아쉬움 속에 2년차를 마무리했다.
이승엽 감독 부임과 함께 다시 한 번 김재호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낙점 받은 안재석. 그러나 기량이 오히려 퇴보하며 데뷔 후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 6월 초 1루 귀루 도중 치명적인 허리 부상을 당하며 장기 재활을 진행했고, 8월 1군 무대로 복귀했지만 월간 타율 2할1푼4리 부진과 함께 다시 이천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결국 27경기 타율 1할8푼8리 1홈런 5타점의 저조한 성적을 남긴 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게 됐다.
두산 1차 지명 유망주의 현역 입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재석 입단 2년 전인 2019년 ‘휘문고 오타니’ 김대한이 큰 기대 속 두산 1차 지명됐지만 상무가 아닌 현역으로 입대해 잠시 날개를 접었다.
김대한은 2019 두산 1차 지명과 함께 계약금 3억5천만원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했다. 김태형 전 감독은 입단 당시 투수 김대한의 가치를 높이 샀지만 선수 의지에 따라 타자(외야수)로 커리어를 쌓아 나가기로 결정했다. 당시 김재환, 정수빈, 박건우의 뒤를 이을 베어스의 차세대 주전 외야수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부진 및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고, 결국 1군 통산 19경기 15타수 무안타 3볼넷 4득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2020년 8월 군으로 향했다. 입단 후 1년 반 동안 두산의 두터운 외야진을 뚫지 못하며 프로 2년차 도중 현역병 입대라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작년 2월 전역한 김대한은 51경기 타율 2할4푼 4홈런 11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올해 33경기 타율 1할9푼8리 1홈런 7타점에 그치며 내년을 기약했다.
두산 1차 지명 성공신화는 2018년 곽빈을 끝으로 명맥이 끊겨 있다. 김대한, 이주엽, 안재석, 이병헌, 최준호 등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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