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가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텍사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3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3-1로 꺾었다.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가 허리 부상으로 36구 만에 교체됐지만 급하게 투입된 존 그레이(3이닝 무실점)를 비롯해 불펜투수 4명이 6이닝 1실점을 합작하며 악재를 극복했다.
타선에선 코리 시거가 3회 결정적인 투런 홈런을 터뜨린 뒤 8회 상대 추격을 차단하는 호수비로 공수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월드시리즈 1차전 9회 동점 투런포로 텍사스 선승을 이끈 시거는 이번 포스트시즌에만 홈런 5방을 터뜨렸다.
이로써 텍사스는 이번 포스트시즌 원정 9경기 모두 이기며 승률 100% 행진을 이어갔다. 단일 포스트시즌 원정 최다승,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운 텍사스는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애리조나에 앞서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2승만 남겨뒀다.
역대 메이저리그 7전4선승제 포스트시즌에서 1승1패로 맞선 가운데 3차전을 이긴 팀의 시리즈 승리 확률은 68.7%(68/99)에 달한다. 현행 2-3-2 시스템에선 74.4%(29/39)로 오른다. 텍사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지난달 1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대원근 염좌로 시즌이 끝난 슈어저는 가을야구를 목표로 복귀를 포기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부터 합류했다. 그러나 ALCS 3차전에서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4탈삼진 5실점 패전을 당했고, 7차전 2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2실점 조기 강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4년 만에 다시 오른 월드시리즈 무대에선 달랐다. 2회 크리스티안 워커에게 2루타, 토미 팸에게 안타를 맞아 위기에 몰렸지만 우익수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홈 송구가 정확하게 들어와 실점을 막았다. 3회까지 2피안타 2볼넷 1탈삼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투구수도 36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갑작스런 부상 악재가 발생했다.
4회 마운드에 오른 뒤 연습 투구를 하는 과정에서 슈어저는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이 마운드에 오른 뒤 교체를 결정했다. 그레이가 급히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라왔다. 갑작스런 등판이었지만 4회를 공 11개로 가볍게 정리한 그레이는 5회까지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6회에도 헤랄도 페르도모와 코빈 캐롤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위력을 떨쳤다.
케텔 마르테에게 첫 안타를 맞았지만 가브리엘 모레노를 우익수 뜬공 잡고 30개의 공으로 임무를 마쳤다.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최고 97.8마일(157.4km), 평균 96.9마일(155.9km) 포심 패스트볼(14개)에 슬라이더(15개), 커브(1개)로 애리조나 타선을 잠재웠다.
이어 조쉬 스보츠가 7회 1이닝을 1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 아롤디스 채프먼이 엠마뉴엘 리베라에게 2루타, 페르도모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아 1실점했지만 캐롤을 한가운데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처리한 뒤 마르테를 유격수 땅볼 유도, 6-4–3 병살타로 이닝이 끝났다.
9회는 마무리투수 호세 르클럭이 책임졌다. 모레노를 3루 땅볼 처리한 뒤 워커버와 토미 팸을 각각 슬라이더와 포심 패스트볼로 연이어 삼진 잡으며 삼자범퇴 세이브를 거뒀다. 르클럭의 월드시리즈 첫 세이브. 슈어저의 부상 악재에도 불구하고 텍사스는 구원투수 4명이 6이닝 1실점을 합작하며 리드를 지켰다.
텍사스는 3회 애리조나 선발 브랜든 팟을 공략했다. 선두타자 나다니엘 로우가 우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조쉬 영이 헛스윙 삼진, 레오디 타베라스가 2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마커스 시미언이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선취점을 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번 포스트시즌 타율 1할대(.194)로 부진한 시미언이지만 이날은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바로 다음 타자 시거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팟의 초구 몸쪽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월 투런포로 장식했다. 타구 속도 114.5마일(184.3km), 비거리 421피트(128.3m), 발사각 22도로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케 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모든 곳에서 홈런이 되는 타구. 스코어를 3-0으로 벌리며 텍사스에 승기를 가져온 한 방이었다.
지난 28일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9회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려 끝내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시거는 이날도 투런포를 터뜨리며 해결사가 됐다. 이번 월드시리즈 3경기에서 12타수 2안타로 타율 1할6푼7리에 불과하지만 2안타 모두 투런 홈런으로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번 포스트시즌 전체 성적은 15경기 타율 2할9푼8리(57타수 17안타) 5홈런 10타점 OPS 1.093.
시거는 지난 2020년 LA 다저스를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월드시리즈 6경기 타율 4할(20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 OPS 1.256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해 텍사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시거는 두 번째 월드시리즈 MVP를 노려볼 만하다. 양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한 선수는 아직까지 없다.
애리조나는 신인 우완 브랜든 팟이 선발로 나서 5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역투했다. 3회 3점을 내주긴 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가장 많은 87개의 공을 던졌다. 최고 94.9마일(152.7km), 평균 93.6마일(150.6km) 포심 패스트볼(29개) 외에 싱커(24개), 스위퍼(22개), 체인지업(11개), 커브(1개)를 고르게 구사했다.
그러나 애리조나 타선이 팟을 도와주지 못했다. 6안타 1득점으로 텍사스 마운드에 막혔다. 포스트시즌 내내 맹타를 휘두른 캐롤이 볼넷 1개를 골라냈을 뿐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트레이드로 넘어온 이적생 듀오 모레노와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도 각각 4타수 무안타, 3타수 무안타로 돌아섰다.
2회 주루사가 가장 아쉬웠다. 2회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치고 나간 워커가 팸의 우전 안타 때 무리하게 홈을 파고들다 아웃됐다. 토니 페레지카 3루 베이스코치가 멈춤 사인을 보냈지만 홈으로 돌진한 워커는 텍사스 우익수 가르시아의 송구에 잡혔다. 결국 선취점을 내지 못한 채 공격이 끝났고, 바로 다음 이닝에 텍사스가 3득점하면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
양 팀의 월드시리즈 4차전은 내달 1일 오전 9시3분 체이스필드에서 계속된다. 텍사스는 앤드류 히니를, 애리조나는 조 맨티플리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맨티플리는 불펜투수로 오프너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맨티플리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도 선발로 나서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바 있다. 당시 애리조나는 투수 8명을 쓰며 6-5로 승리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