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리는 느낌이었는데…”
NC 다이노스 내야수 오영수(23)는 파워 히터 기대주였다. 다만 올 시즌 오영수는 수비에서의 불안감 등이 겹치며 확실한 레귤러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70경기 타율 2할3푼6리(208타수 49안타) 4홈런 24타점 OPS .651의 기록을 남겼다. 부상과 부진 등으로 오영수는 기대만큼 기회를 부여 받지 못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찬가지다. NC 강인권 감독은 1루수 자리에 대한 고민이 많다. 우타 거포 유형의 윤형준이 전력 외로 분류된 상황에서 우투좌타인 오영수와 도태훈이 번갈아 가며 1루 자리를 맡았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수비가 더 좋은 도태훈이 더 중용받고 있었다. 오영수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대목.
그는 지난 30일,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속상하고 그런 건 전혀 없다.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도)태훈이 형이 수비가 더 좋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저는 1차전이고 페디가 나간다고 해서 태훈이 형이 먼저 나갈 줄 알고 있었다. 근데 제가 (선발로) 나간다는 라인업을 봤을 때 오늘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마음가짐을 다잡은 오영수는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미친 선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에이스 에릭 페디가 나온다고 했지만 20일 가량을 쉰 KT의 여유, 역시 에이스였던 윌리엄 쿠에바스의 구위 등을 감안하면 NC가 쉽지 않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모두가 전망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 예상을 어긋나게 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탄탄해진 NC는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9-5로 승리하면서 포스트시즌 5연승을 달렸다. 오영수는 5연승을 이끈 결정적인 주역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7타수 1안타로 결과가 썩 좋지 않았던 상황. 그는 “사실 포스트시즌 동안 팀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 좋긴 했지만 저 한편으로는 마음이 찝찝했다. 개인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오늘 경기를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좋은 기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라면서 “그동안 감독님께서 저에게 ‘자신있게 네 스윙을 해라’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컸는데 오늘 경기로 조금 덜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다만 결과가 안나왔을 뿐, 오영수의 타격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25일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오영수는 큼지막한 파울홈런을 때렸다. 중계방송에서는 자연스럽게 샤우팅이 나왔을 정도로 홈런성 타구였다. 7-6으로 앞선 5회말, 2사 1,2루에서 커크 맥카티의 146km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이 타구는 멀리 뻗아갔지만 우측 파울 폴을 벗어났다. 이후 1루수 내야안타를 치면서 출루했다.
결과적으로 이 파울 홈런은 오영수의 응어리를 풀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감은 계속 괜찮았다. 그 파울 홈런 타구를 치면서 속으로 뭔가 뻥 뚫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홈런을 친건지 모르겠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결국 오영수의 한 방으로 NC는 포스트시즌 5연승, 그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78.1%(32번 중 25번)를 확보했다. 5경기에서 41득점을 뽑아내는 타선의 폭발력은 NC의 업셋 기적을 이끄는 요소다. 그는 “우리 팀 분위기가 매 경기 좋은 이유는 (손)아섭 선배, (박)민우 형, (박)건우 형, (권)희동이 형, (이)용찬 선배 등이 너무 잘해주신다. 저희 젊은 선수들은 뛰어오는 느낌으로 하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NC는 가을야구 5연승 기간 동안 매 경기 ‘미친 선수’들이 돌아가며 나오고 있다. 그것도 베테랑 선수들이 아닌 모두 젊은 선수들이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은 서호철의 만루포와 김형준의 멀티포로 승리했다.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백업 김성욱의 결승 투런포, 그리고 선발 신민혁의 무실점 쾌투로 승리했다. 2차전은 김형준의 솔로포로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3차전에서는 손아섭 박민우 박건우 마틴 등 주요 선수들의 힘으로 승리했다. 이 기세를 오영수가 이어받은 것.
그는 “베테랑 선배님들, 형들이 잘 이끌어 주고 계시기 때문에 저희 젊은 선수들은 그냥 형들을 따라서 열심히 하면서 그라운드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하고 싶은 플레이들을 마음껏 할 수 있게 선배님들이 잘해주시니까 우리도 그렇게 따라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고마워 했다.
NC는 다시 한 번 가을야구 ‘업셋’의 기적을 완성할 수 있을까. 오영수가 이 기틀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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