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이정후(25·키움)가 메이저리그 FA 랭킹 14위에 올랐다. 비약하자면 KBO리그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2023~2024 오프시즌 FA 랭킹을 선정했다. 마크 파인샌드 기자는 구단 임원과 스카우트, 에이전트들과 대화를 바탕으로 다가올 겨울 FA 상위 25명의 순위를 매겼다.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릴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가 14위에 랭크됐다. 파인샌드 기자는 ‘발목 수술로 시즌을 일찍 마친 2022년 KBO MVP 이정후는 한국에서 7시즌 통산 슬래시 라인(타율/출루율/장타율)이 .340/.407/.491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정후의 가능성 있는 행선지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애틀 매리너스, 뉴욕 양키스를 꼽았다.
올해 메이저리그 6년차로 첫 올스타에 선정되며 24홈런을 터뜨린 쿠바 출신 외야수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15위로 이정후 보다 한 계단 낮은 순위에 있다. 8시즌 통산 159홈런으로 실버슬러거상을 두 번 받은 또 다른 올스타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시애틀)도 이정후보다 순위가 낮다.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된 거포 외야수들보다 이정후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30대 초반이 된 두 선수에 비해 이정후는 20대 중반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 장점이다. 타격에 집중된 두 선수와 달리 수비와 주루까지 기여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 전체적인 가치 평가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후의 순위가 더 위에 있는 것은 과거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KBO리그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시선이 그만큼 달라졌다. 지난 2012년 시즌을 마친 뒤 빅리그 진출을 선언한 류현진은 그해 11월초 ‘ESPN’이 매긴 FA 상위 50명 랭킹 37위에 올랐다. 당시 KBO리그에서 빅리그로 직행한 선수가 전무할 때였고, 류현진이 랭킹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부여됐다.
2년 뒤 강정호는 2014년 11월초 MLB.com 선정 상위 25명 FA 랭킹에 들지 못했다. 류현진이 성공했지만 KBO리그 타자 출신이 검증되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류현진에 이어 강정호도 성공을 거두면서 KBO리그 출신 선수의 위상을 높였다. 에릭 테임즈, 메릴 켈리 등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까지 빅리그에서 활약하자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내야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2020년 11월초 MLB.com 선정 상위 FA 25명 중 16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진출 3년 만에 정상급 내야수로 자리매김하자 이정후에게도 후한 평가와 높은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FA 외야수 중 4위 코디 벨린저, 11위 호르헤 솔레어 다음으로 3번째 높은 순위다.
한편 MLB.com이 선정한 다가올 겨울 메이저리그 FA 랭킹 1위는 역시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 2위는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로 일본인 선수들이 ‘투톱’을 구축한 것이 눈에 띈다.
이어 3위 블레이크 스넬(투수), 4위 벨린저(외야수/1루수), 5위 애런 놀라(선발투수), 6위 조쉬 헤이더(투수), 7위 소니 그레이(투수), 8위 조던 몽고메리(투수), 9위 J.D. 마르티네스(지명타자), 10위 맷 채프먼(3루수), 11위 솔레어(외야수/지명타자), 12위 클레이튼 커쇼(투수), 13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투수), 14위 이정후, 15위 구리엘 주니어, 16위 이마나가 쇼타(투수), 17위 에르난데스, 18위 리스 호스킨스(1루수), 18위 루카스 지올리토(투수), 20위 야리엘 로드리게스(투수), 21위 위트 메리필드(내외야 유틸), 22위 제이머 칸델라리오(3루수), 23위 잭 플래허티(투수), 24위 헌터 렌프로(외야수), 25위 해리슨 베이더(외야수) 순이었다.
MLB.com FA 랭킹에 든 25명 중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선수는 이정후 외에도 야마모토, 이마나가, 로드리게스까지 모두 4명이다. 이정후를 제외한 3명은 일본프로야구 경력자들이다. 나이는 이정후와 야마모토가 25살로 가장 어리다. 젊음이 최고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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