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는 페디였다. 정규시즌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빛나는 에릭 페디의 괴력투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페디는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8구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의 괴력투를 선보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의 9-5 승리를 이끌었다. NC의 가을야구 5연승을 이끌었다.
NC는 이로써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시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78.1%(32번 중 25번, 5전3선승제 기준)를 거머쥐었다. 페디는 그동안 동료들이 고생하며 만든 성과를 헛되게 하지 않았다.
페디는 올해 30경기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의 성적으로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 업적을 달성했다. 20승 200탈삼진은 역대 5번째 대기록이었다. 1983년 삼미 장명부(30승 220탈삼진)으로 최초 기록을 썼다. 이후 1984년 롯데 최동원( 27승 223탈삼진), 1985년 삼성 김시진(25승 201탈삼진), 1986년 해태 선동열(24승 214탈삼진)이 이 기록을 달성했다. 기록했다. 페디는 선동열 이후 37년 만에 21세기 최초, 외국인 선수 최초의 20승 200탈삼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트리플크라운은 선수로는 역대 4번째, 횟수로는 7번째로 작성했다. 선동열이 1986년과 1989~1991년까지, 총 4차례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했다. 이후 2006년 한화 류현진, 2011년 KIA 윤석민이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페디는 12년 만에 대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던 16일 광주 KIA전에서 오른팔 전완부에 타구를 맞았다. 다행히 골절이 아닌 타박상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휴식을 취해야 했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모두 등판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미세한 우측 팔꿈치 충돌 증후군 증상이 발생하며 등판이 미뤄졌다. 이후 4차전 등판을 준비했지만 시리즈가 3차전에서 끝나며 플레이오프 1차전을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7일 창원NC파크에서 43구의 불펜 피칭을 소화하면서 마지막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 이날 페디는 2주, 14일 만에 선발 등판했다. 2주 간의 실전 공백에도 페디는 끄떡 없었다. 오히려 휴식의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투심과 스위퍼의 위력이 더 강렬했다.푹 쉬고 나와서 구속도 더 잘나왔다. 47개를 던진 투심의 최고 구속은 155km였다. 주무기 스위퍼는 이날 근래들어 제구가 가장 잘 된 모습. 스위퍼 49개(기록은 커브)를 던졌고 체인지업 7개, 커터 5개를 곁들였다. 투심과 스위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20일을 쉰 KT 타자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렸다.
아울러 이날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인 12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종전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은 11개다. 해태 선동열이 1989년 10월17일 태평양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기록했고 두산 플렉센이 2020년 11월9일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최다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다음은 페디와의 일문일답.
-오늘 경기 총평을 하자면?
▲경기 초반에 타자들이 점수를 내줘서 경기를 풀어가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다림 길었는데, 2주 동안 어떻게 준비를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최대한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려고 쉬는데 집중했다. 그 덕분에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10일 정도 더 쉰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한국시리즈 열망 크다고 알고 있다. 동료들이 기회를 만들었다. 1차전 승리로 한국시리즈에 대한 욕심이 생길 것 같은데?
▲한국에 와서 NC의 문화라고 한다면, 어떤 선수든 오늘은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포스트시즌 들어가기 전부터 NC가 약체라고 했지만 5연승을 하고 있다. 앞으로 기대가 있다면 한국시리즈까지 문제 없이 올라가는 게 큰 기대인 것 같다.
- 5회 볼 판정에 항의한 이후 어떻게 평정심을 찾았는지?
▲ 플레이오프 1차전이라서 전투적으로 임해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 때문에 감독님 나오셔서 진정시켜주셨다. 주심이라는 직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들을 하다 보니까 평정심을 바로 찾은 것 같다.
-공 던지면서 부상 부위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는지?
▲6이닝 던지면서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경 쪽에 불편함이 있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컨디션이다. 앞으로도 큰 걱정은 없다.
-한국에서의 가을야구 첫 경기 느낌은 어땠는지?
▲확실히 꽉 찬 관중석 보고 하는 게 축복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선동열이라는 레전드가 소환되고 있는데 들어본 적이 있는지?
▲ 알고 있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조금이라도 닮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
-시즌 때 약했던 알포드(8타수 5안타 2홈런)를 상대로 신경을 쓴 점이 있었는지?
▲정규시즌 때 알포드 상대로는 불리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해서 알포드가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 초반 카운트부터 잘 먹고 들어가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