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에이스 페디가 자신의 KBO리그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페디는 3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KT와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동안 12개의 삼진을 뺏어내며 3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NC의 9-5 승리.
한 경기 탈삼진 12개는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신기록이다. 역대 기록은 11개(1989년 선동열, 2020년 플렉센)였다. 페디는 '국보급 투수' 선동열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정규 시즌에서 페디는 KBO 역대 5번째 '20승+200탈삼진' 대기록을 세웠다. 1986년 선동열 이후 37년 만에 대기록이었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탈삼진 괴력을 발휘하며 또 한 번 선동열의 기록을 소환한 것이다.
페디는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이던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오른팔 전완부에 타구를 정통으로 맞는 부상을 당했다.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준플레이오프 시리즈까지 등판하지 못했다. 부상 이후 14일 만에 이날 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했는데, 부상 후유증 없이 대기록을 세웠다.
페디는 이날 4회 KT의 3~5번 중심타선 알포드-박병호-장성우를 KKK로 돌려세웠고, 3회 2아웃부터 5회 아웃까지 5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를 뽐냈다. 최고 155km 강속구와 주무기 스위퍼를 앞세워 KT 타선을 압도했다.
그런데 페디가 이날 마운드에서 가장 크게 흥분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페디는 3회 솔로 홈런을 허용한 문상철과 5회 1사 후 다시 만났고,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허용했다. 주무기 스위퍼가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에 들어갔으나 이민호 구심은 볼을 판정해 볼넷이 됐다.
그러자 페디는 이민호 구심을 향해 두 손을 뻗어 거칠게 항의했다. 아쉬움의 한 마디가 아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페디가 가장 흥분한 장면이었다. 1회말 마운드에 올라 심판을 향해 모자를 벗고, 허리를 90도 굽혀 예의바르게 인사한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NC가 8-1로 크게 리드한 상황이었지만, 심판의 볼 판정에 지나치게 급발진이었다.
이에 이민호 심판이 페디를 향해 다가가려 하자, 강인권 감독이 덕아웃에서 재빨리 뛰쳐나와 심판을 말렸다. 자칫 페디가 판정 항의로 퇴장을 당할까봐 빠른 진화에 나선 것. 강 감독은 심판과 이야기하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고, 그 사이 NC 선수들은 페디를 진정시켰다.
이후 일단락됐고, 경기가 재개하려 하자 김수경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해 페디를 다시 한 번 다독였다. 페디는 김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오려 하자 '괜찮다'는 몸짓을 했고, 마운드에서 서로 몇 마디 나눴다.
이번에는 이강철 KT 감독이 나와서 심판에게 어필했다. 강인권 감독에 이어 김수경 코치까지 두 차례 파울라인을 넘었기에 한 이닝에 2차례 마운드 방문으로 투수(페디)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심판진은 강인권 감독이 나온 것은 투수 교체의 마운드 방문이 아닌 판정 항의를 말리기 위한 행동으로 판단해 이강철 감독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감독은 심판의 설명에도 한동안 계속 어필했다.
어필이 길어지가 KT팬들은 '이강철'을 계속해서 연호하며 이 감독을 지원사격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강인권) 감독이 라인을 넘어갔고, 투수코치도 라인을 넘어왔다. (투수를) 교체해야하는거 아니냐고 어필했다"고 말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페디는 계속해서 투구를 했다. 1사 1루에서 배정대를 중견수 뜬공으로 2아웃을 잡았다. 이어 대타 이호연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서 2사 1, 2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상수를 삼진으로 잡고서 1루 KT 덕아웃을 향해 포효했다. 이날 가장 화끈한 세리머니였다.
경기 후 페디는 볼넷 판정 항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1차전이라서 전투적으로 임해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흥분했다. 감독님이 나오셔서 진정을 시켜주셨다. 항상 주심이라는 직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평정심을 바로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페디는 플레이오프 1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수상하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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