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3년째, 드디어 결실을 앞두고 있다. LG 트윈스 투수 함덕주가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해 64일 만에 실전 경기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함덕주는 지난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 등판했다. 함덕주는 8월 26일 NC전 이후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충분한 재활 시간을 가졌고, 이날 처음으로 연습경기에 등판했다.
8회 마운드에 오른 함덕주는 안익훈과 김범석을 범타로 처리했다. 이재원의 땅볼 타구를 3루수가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저질렀다. 손호영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2루가 됐지만, 송찬의를 삼진으로 잡으며 실점없이 등판을 마쳤다. 1이닝 1볼넷 무실점.
함덕주는 경기 후 "두 달 만에 던진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던졌는데, 엄청 떨렸고 개막전처럼 느낌이었다. 엄청 많이 신경 써서 좀 떨리기도 했고 또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전체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 스피드나 제구에 대해서는 "아직 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괜찮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던져서 조금 안 좋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체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다. 이제 조금씩 올리면 되는 거니까, 아직 일주일 정도 남아 있어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함덕주는 2021시즌을 앞두고 두산에서 LG로 트레이드됐다. 두산에서 선발과 불펜 모두를 경험한 함덕주는 LG 이적 후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당시 임찬규, 이민호 등 토종 선발진이 시즌 초반 잔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투수가 부족했다.
그러나 함덕주는 선발로 몇 차례 던지고 다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5월초 팔꿈치 뼛조각 부상으로 이탈했고, 재활을 거쳐 9월에 복귀했으나 시즌 막판 다시 부상이 재발됐다. 16경기 1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9로 마쳤고, 시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22시즌 조심스레 시즌을 준비했고, 초반 불펜 투수로 뛰다가 5월초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 선발 투수로 다시 준비를 시작하려 했으나, 도중에 또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5월까지 1군에서 13경기에 등판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고, 이후 다시 1군에 복귀하지 못했다.
올해로 트레이드 3년째, 함덕주는 올 시즌 불펜 필승조로 재기에 성공했다. 57경기(55.2이닝)에 등판해 4승 무패 1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맹활약했다. 선발에 이어 위기에서 2번째 투수로 등판하거나, 필승조와 마무리 임무도 수행했다.
그러나 잦은 등판, 지난 2년 보다 월등하게 많은 이닝을 던지는 바람에 8월 중순 팔꿈치에 탈이 났다. 피로 누적으로 통증이 생겨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즌 막판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재활을 했다.
함덕주는 "정규 시즌 때 복귀하고 싶었다. 일단 안 아프고 한국시리즈 출전하는데 무리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기도 했다. 많이 걱정하시니까 약간 급하게라도 복귀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나 코치니, 트레이닝 코치님이나 다들 걱정 안하게끔 잘 해주셔서 더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지나고 나니까 더 좋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즌 막판 함덕주가 캐치볼이나 불펜 피칭을 빨리 하려 하자, 염경엽 감독은 "천천히 하라고 해도, 말을 안 듣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LG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두산에서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함덕주는 대부분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LG 투수들에게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다. 함덕주는 한국시리즈 12경기에 등판했다.
함덕주는 "우승하면 정말 기분이 너무 좋다. 또 그만큼 힘든 것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도 생각한다. 우리 팀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은 없지만)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투수들도 있고 전체적으로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다. 우승 경험 보다는 우승하면 얼마나 좋은지만 생각하면서 던지면 될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우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모두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모습으로 던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경험이 많은 함덕주에게 불펜 투수로서 시리즈에 어떤 점이 중요한지 물었다. 함덕주는 "장타를 최대한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몰리는 공은 장타를 맞을 수 있어 위험하기에 때로는 볼넷을 내주더라도 코너워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볼넷도 안 좋다고 하는데, 그래도 홈런보다는 볼넷이 나을 수 있다. 어렵게 승부하면서 헛스윙을 유도하는 투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선두타자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흐름을 넘겨주면 안 되는 위기 상황에서 나갈 수도 있는데, 첫 타자를 잡기 위해 최대한 자신있게 던져야 한다"며 "한국시리즈는 몇 이닝이든 잘 던지는 게 중요하다. 정규 시즌 막판 부상으로 빠졌는데, 한국시리즈에 모든 것을 맞추고 있다"고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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