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에바스가 저보고 오늘 혹시 선발 나가냐고 하던데요?”
KT의 정신적 지주이자 최고참 박경수(39)는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4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는 소감을 전했다. 박경수는 9번 2루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박경수는 “플레이오프를 잘 준비했다. 조금 안 좋은 부분이 있었는데 회복을 잘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선수들 모두가 3주의 시간을 잘 활용했다. 휴식과 운동을 병행하며 지냈다”라고 밝혔다.
KT의 상대는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다. NC는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경기 만에 따낸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SSG를 3승 무패로 따돌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NC는 준플레이오프를 3경기 만에 끝내며 나흘의 꿀맛 같은 휴식을 얻었다.
박경수는 “NC 경기를 되게 잘 봤다. 되게 멋있었고, 되게 잘하더라. 기세가 좋다”라며 “각자 생각하는 게 다르겠지만 아마 다들 NC 경기를 잘 봤을 것이다. 준비도 잘했다. 다행히 고영표, 벤자민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청백전을 통해 컨디션을 점검하고 회복했다”라고 말했다.
20승-200탈삼진을 해낸 에릭 페디와 관련해서는 평소보다 전력 분석 시간을 길게 가져갔다. 박경수는 “어제 전력 분석이 꽤 길었다”라며 “개개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규시즌에 승부했던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정규시즌 페디와 호흡을 맞춘 포수는 박세혁이었고, 지금은 김형준이다. 초반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 페디는 오랜 만에 실전을 던진다. 투구수를 비롯해 여러 변수가 있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서는 ‘무패 승률왕’ 윌리엄 쿠에바스와 나눈 이야기도 공개했다. 박경수는 “쿠에바스가 오늘 내가 선발이냐고 물어보더라”라고 웃으며 “내가 나간다는 건 공격보다 수비 역할이 더 크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3주 동안 연습할 때도 실수 없이 수비를 잘할 수 있도록 기본기에 중점을 뒀다”라고 밝혔다.
2년 전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며 생애 첫 우승을 맛본 박경수는 2년 만에 두 번째 우승반지에 도전한다. 정규시즌 성적은 107경기 타율 2할 1홈런 12타점에 그쳤지만 KT에 박경수가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다.
박경수는 “올해 우리가 기적적인 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담 없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자만과 나태함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지금까지 잘해온 만큼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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