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끈 주역이자 통합 4연패에 큰 공을 세웠던 '채최박 트리오'. 채태인에 이어 박석민이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이제 최형우만 남았다.
삼성은 2008년 타선의 세대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선동렬 감독은 부상으로 빠진 심정수와 제이콥 크루즈 대신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에게 꾸준히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 모두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선동렬 감독이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작심하고 키운 성과였다.
이후 채태인(1루수), 최형우(좌익수), 박석민(3루수)은 삼성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며 삼성의 통합 4연패 달성에 큰 공을 세우며 왕조의 주역으로 군림했다. 채태인과 박석민은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이른바 '개그 캐릭터'까지 겸비해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했던가. 박석민은 2015년 겨울 4년 총액 96억 원의 조건에 NC로 이적했고 채태인은 2006년 3월 김대우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형우는 2016년 겨울 KIA와 4년 최대 총액 10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로써 삼성에서 '채최박 트리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가운데 맨 먼저 현역 생활을 마감한 건 채태인이었다. 넥센과 롯데를 거쳐 2020년 SK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군 통산 1241경기에서 타율 2할9푼8리(3905타수 1162안타) 127홈런 678타점 481득점 8도루를 기록했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구레슨장을 운영 중이다.
박석민은 NC 이적 후 2020년 통합 우승에 큰 공을 세우는 등 이적 성공 사례로 남았지만 올 시즌 부상 여파로 제대로 뛰지 못했다. 30경기에서 타율 1할9푼3리(88타수 17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에 그쳤다. 아쉽게도 1군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지만 퓨처스 타자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야구용품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등 좋은 선배로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정규 시즌 종료를 앞두고 구단 측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
1군 통산 1697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7리(5363타수 1537안타) 269홈런 1041타점 882득점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으나 그 흔한 은퇴 행사 없이 유니폼을 벗게 된 건 무척 유감스럽다.
박석민은 "20년간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NC와 삼성 팬 여러분, 야구선수 박석민을 사랑해 주신 팬 여러분들께 18번 유니폼을 입은 선수 박석민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지만, 사람 박석민으로 존중받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야구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부모님 감사드리고 프로야구 선수의 아내로 고생하며 힘든 시간을 버티고 응원해 준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두 아들(준현, 서준)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제 남은 건 최형우 뿐이다. 올 시즌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지만 121경기에서 타율 3할2리(431타수 130안타) 17홈런 81타점 64득점으로 베테랑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KIA와의 3년 계약이 종료되지만 그동안 보여줬던 성과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는 만큼 재활 과정을 거쳐 내년에도 현역 유니폼을 입고 뛸 전망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