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메이저리그 한 번도 못 갔던 선수가 월드시리즈까지 갔네요?”
지난 2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 꼴찌에서 기적의 정규시즌 2위를 해낸 이 감독은 NC와의 플레이오프 대비 마지막 훈련을 지켜보며 취재진에 ‘미친 선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감독은 “정규시즌 기록은 정규시즌 기록일 뿐이다”라며 “결국 다가오는 일주일 동안 누가 미치느냐가 중요하다. 당일 컨디션에서 승부가 결정 날 것이며, 운도 작용해야 한다. 준플레이오프를 보면 NC보다 SSG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언급한 선수가 KBO리그의 대표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였다. 과거 SK 와이번스에서 뛸 당시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었던 선수가 꿈의 무대인 월드시리즈 승리투수가 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켈리는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의 ‘미친 선수’로 불리고 있다.
켈리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현 SSG 랜더스)에서 원투펀치 중책을 맡았다. 2017년 16승을 비롯해 4시즌 통산 119경기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을 남겼고, 이에 힘입어 2019시즌 애리조나와 2+2년 계약에 골인하며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작년 5월 2년 총액 1800만 달러에 연장 계약까지 이뤄냈다.
어느덧 메이저리그 5년차를 맞이한 켈리는 정규시즌 30경기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9의 기세를 가을야구에서 그대로 잇고 있다. 8일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서 6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24일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만나 5이닝 1실점 호투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애리조나는 7차전 접전 끝 2001년 이후 무려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켈리의 ‘미친 활약’은 월드시리즈에서도 계속됐다. 29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2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9탈삼진 1실점 역투로 승리를 챙기며 시리즈 1승 1패 동률을 만든 것. 켈리의 이번 가을야구 성적은 4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에 달한다.
이 감독은 “과거 KBO리그에서 뛸 당시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었던 투수가 월드시리즈까지 가서 공을 던지고 있더라. 우리의 플레이오프 또한 그렇게 미치면 끝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KT는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대망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무패 승률왕’ 윌리엄 쿠에바스를 예고했다. NC의 ‘20승-200탈삼진’ 괴물투수 에릭 페디와 정면승부를 펼친다.
이 감독은 “1선발끼리 붙는 매치업이 성사됐다. 초반 싸움만 잘해주면 승산이 있다. 우리는 뒷문이 좋기 때문이다”라며 “이번 가을야구는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야구를 하려고 한다. 역으로 가기보다는 차곡차곡 득점을 쌓을 계획이다. 선취점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경기 플랜을 공개했다.
자체 청백전 도중 옆구리를 다쳐 이탈한 강백호의 자리는 한방이 있는 문상철과 컨택 능력이 좋은 이호연이 메운다. 이 감독은 “문상철, 이호연이 번갈아 가며 지명타자를 맡는다”라며 “외야 엔트리 한 자리는 신인 정준영과 안치영 둘 중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수비가 좋은 정준영을 택했다. 1년 동안 고생한 안치영에게 미안하다”라고 설명했다.
타선에서는 ‘페디 킬러’ 앤서니 알포드의 한방에 기대를 건다. 알포드는 올 시즌 페디 상대로 8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 1볼넷 OPS 2.042 맹타를 휘둘렀다. 이 감독은 “알포드는 작년 가을야구에서도 잘했다. 그래서 재계약을 한 것이다. 올해도 잘할 것”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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